시 백육십삼
첫눈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첫눈, 아련한 이름입니다.
첫눈을 기다리며 손톱을 봉숭아 꽃으로 물들인 것은,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설 때문이었지요.
첫사랑도 아련한 단어입니다.
진실했으나 어리고 서툴었던 사랑이었지요.
까미득하게 잊었던 이름 하나가 떠오릅니다.
처음이라는 '첫'이라는 단어는 처음의 수줍음과 기다림을 담고 있습니다.
시에서 손등 적시는 것,
잠깐이면 사라지는 것,
그 잠시의 순수한 머무름이 담고 있는 아련함입니다.
항상 처음 같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지도요.
눈이 내리면 눈 사이의 틈들이 소음을 흡수해서 조용해집니다. 그 찰나의 고요.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처음을 찾기를 바라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