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너는 누구인가?

시 백육십일

by 설애

사랑


이병률


나는 왜 누구의 말은 괜찮은데
누구의 말에는 죽을 것 같은가


​누구는 나를 만지면 안 되는데
누구는 나를 만져도 되는가


​누구는 거칠게 다가와서 힘이 드는데
누구는 거친 것 뒤에 표정을 감추는 것 같은가


​나는 누구의 총알이라면 기꺼이 맞고
누구의 총알이라면 피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의 이빨이라면 물려 죽어도 괜찮고
누구의 이빨에 씹혀 죽으면 억울할 것 같은지


​나는 너의 눈을 찌를 것인가
네가 나의 눈을 찌를 것인가


내 몫까지 용기와 순서를 맡기겠다


사랑이 이렇게 전투적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러시안룰렛처럼 비장합니다.


사랑이 서로를 향하지 않을 때, 그 사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로의 눈을 찌르고는 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내 몫까지 용기와 순서를 맡기겠다


이런 각오는 사랑의 모순입니다. 사랑하니까 사랑받을 권리를 맡기고, 사랑하니까 사랑의 주체를 상실하는, 주체의 객체화입니다. 사랑하는데 능동이 되지 못하고 수동이 되는 모순입니다.

사랑만이 갖는 애타고 절절한 모순입니다.


사랑하는 것도,
자신을 먼저 사랑하여
주체 상실 없이
능동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