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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마음

시 백육십이

by 설애

아침의 마음


오은


눈을 떠도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세수를 해도 다 씻기는 것은 아니다


걷고 있다고 해도

꼭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만있다고 해도

법석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심장이 뛸 때마다

속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진


발끝에 고인 눈물이

굳은살로 박이는 아침


바깥이 밝다고

안까지 찬란한 것은 아니다


어느 아침 조용하게 빛이 밝아오는데, 시인이 묘사하는 이 사람은 어쩌면 퉁퉁 부은 눈으로 습관적으로 세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나 봅니다. 그 아침은 여느 아침과 달라 마음은 아직 어두운 밤이고, 눈물이 흐르지 않으나 마음에서 폭포처럼 떨어져 내려 큰 소리로 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입을 꾹 다물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걸음, 그림자는 무겁게 그의 뒤를 따라갑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마음은 어둡고 처절하지만 몸은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어느 아침의 일입니다.


그런 아침도 해는 뜹니다.
그런 아침도 해가 따라옵니다.


쫓아가는 해가 몸부터 마음까지 덥히고 밝힐 수 있기를, 천천히 회복되기를 바라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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