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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혜 May 15. 2023

갑상선 세침검사를 받다


나는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지 못했다. 편의점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주로 먹었다. 식사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서 어떨 땐 안 먹고 어떨 땐 한 번에 많이 먹었다. 먹고 바로 잘 때도 많아서 속이 자주 쓰렸다.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위와 대장이 걱정이었다. 감사하게도 내시경 결과는 검사 당일에 바로 알려주었다. 위염이 있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흔히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갑상선이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원래 이러나 싶을 정도로 목을 사정없이 눌렀는데, 그렇게 보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른 기계로 다시 검사해 보자고 했다. 그러고는 뭔가 확신이 섰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뭐가 이상한가요?”

“결과로 확인하세요.”



나도 병원에서 일을 하지만, 병원 직원들은 왜 그렇게 따뜻함이 없을까. 나도 환자들에게 그런 모습이었을까. 그나저나 ‘결과로 확인하세요’라니. 내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가 너무도 확실하지만 결과를 바로 이야기하기 힘들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보고서로 확인하라고 미루던 그 말이 아닌가 말이다. 뭔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지만, 그때까지도 ‘에이. 설마.’라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으니까.


그리고 2주가 흘러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아침에 자고 있는데 병원에서 직접 전화를 주었다. 왼쪽 갑상선에 4mm의 작은 결절이 있는데 악성이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암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첫 건강검진에서 한 번에 암이라니. 자고 있던 신랑을 깨웠다.



“나 암일지도 모른대.”

 



건강검진을 받았던 병원에 조직검사를 예약했다. 암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아주 가는 바늘을 결절에 찌르는 세침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사는 나는 인천에 있는 병원에 가려면 3시간 넘게 차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암이라는 결과보다 목에 바늘을 찔러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최대한 피하고 싶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나중에 갈까 싶었지만, 신랑은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같이 올라가겠다고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기질 덕분인지 미리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은 불안하면 주의가 협소해진다. 그리고 불안해지는 정보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과 더 멀어져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자극만 찾아보면서 더욱 불안해하는 것이다. 나는 확실하지 않은 인터넷 정보들을 보면서 불안에 떨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목에 경동맥이 지나가서 지혈이 잘 안된다거나 검사해 주는 선생님의 뺨을 때릴 뻔했다는(그 정도로 아팠다는 말 같다) 그런 말들 말이다. 그리고 사실 세침검사 방법만 확인하고도 충분히 무서웠다.


세침검사 전에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갑상선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아주 작은 크기인데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해주셨다. 암은 초음파 사진에서 별 모양처럼 뾰족뾰족하다. 암세포가 퍼지는 성질이 있어서 그렇다나. 내 결절 모양이 딱 그랬다. 진료는 9시에 끝났지만 세침검사는 오후 3시였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기다렸다. 드디어 3시가 되고 나는 신랑을 뒤로한 채 어두컴컴한 초음파실에 혼자 들어갔다.



혹시나 세침검사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후기를 간단히 말해보자면 통증은 없었다. 정말 생각보다도 훨씬 아프지 않았다. 무언가 목에 들어가 있다는 이물감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세침검사 중에 느꼈던 공포는 엄청났다. 초음파실이 너무 어두웠고, 검사를 하는 선생님이 자꾸 탄식을 내뱉으며 어려워하셨기 때문이다. 아주 가는 바늘을 세 번 목에 찌르는데, 초음파로 위치를 확인하더니 더 긴 바늘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소라면 듣고 인상을 찌푸렸을 ‘뭐 됐다’는 속된 말이 정말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검사를 하는 동안 최대한 움직이면 안 되고 숨을 참아야 한다. 나는 결절의 크기가 작고 깊숙이 위치해 있어서 더욱 그래야 했다.


서럽고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을 참으려고 하니 호흡이 잘 안되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생님은 계속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선생님에게 혼까지 나는 것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사실을 나와 신랑을 다시 봤을 때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신랑의 손을 잡고 엉엉 울면서 주차장으로 갔다. 차를 타서도 한참을 엉엉 울었다. 신랑은 고생했다며 몇 번이나 안아주고 토닥여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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