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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Sep 08. 2023

코미일기2 <임시 보호>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내가 아주 어릴 때 이모네 반려견이 낳은 새끼 강아지 ‘락이’를 키우게 되었다. 그날부터 락이는 우리 집 막내가 되어 나와 함께 자랐다. 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강아지와 놀고, 고기반찬을 나눠 먹고, 공원을 함께 걷는 삶을. 그러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눈에 띄게 락이의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안 가 14년간 동고동락하던 우리 집 막내가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처음으로 겪고 큰 슬픔에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집 전체가. 이후로 거의 2년 동안은 매일 울었다.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에 그리움과 미안함이 가득 차버렸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부모님께선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수년 뒤 나는 결혼을 하며 남편과 단둘이 살게 되었다.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반려견 입양이었다. 반드시 겪게 될 이별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살며 느끼게 되는 행복 또한 잘 알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 부부는 입양을 결정하기 전에 유기동물 보호소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입소한 강아지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유독 겁먹은 채 벽에 붙어있는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펜스에 붙어 애정을 갈구하는 강아지들 틈 속에서 그 강아지만 보이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다다의 입양을 신청했지만 입양이 빠르게 진행되진 않았다. 당시 심장사상충 3기를 치료 중이었고 완치가 될 때까지 임시보호만 가능했다. 임시보호를 하기 전에 강아지와 친해지는 시간을 몇 차례 가졌는데, 첫 방문 때는 다다가 겁에 질려 오줌을 쌌다. 그러다 어느 날은 다다가 마음을 열었는지 장난감을 물고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를 쓰다듬어도 전처럼 바들바들 떨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이 날 느꼈던 놀라움과 기쁨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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