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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Oct 16. 2023

코미일기3 <다다야 안녕>

다다 생각으로 잠기는 일기




다다는 고운 외모와 다르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타입의 강아지다. 출산을 한 흔적도 있고 아픈 몸으로 안락사의 문턱까지 갔던 과거가 있다. 나는 이 작고 병든 강아지에게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다.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은 아닐 테니까. 그래서인지 다다는 약도 잘 먹고 입원 치료도 잘 받았다. 봄쯤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그날 바로 입양 서류에 사인을 했다. 입양이 이루어지던 날에 보호소에서 몇 가지 사항을 안내해 주었다. 입양 후에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고 사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때는 몰랐다. 중요 문서에 허투루 쓴 문장은 없다는 것을.


완치 후 다다의 전신 탈모도 낫고 살이 제법 붙어서 누가 봐도 건강한 강아지처럼 보였다. 산책할 때도 겁먹지 않고 당당한 걸음으로 앞질러 나갔다. 바뀐 환경에 금세 적응해서 어딜 가나 예쁨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다다 덕분에 웃을 일이 많이 생겼고 고소한 냄새를 맡고 껴안을 때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나는 다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부모님 댁에 모두 모인 날 아침. 어제만 해도 평소와 같이 건강했던 다다가 갑자기 바닥에 소변 실수를 하고 토를 하더니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에 달려갔으나 내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의사는 우리 가족을 수술실로 안내해 뇌사 상태임을 설명하며 다다의 눈에 플래시를 비쳤다. 커다란 동공은 마치 다다가 살아날 가망이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가족 모두가 다다를 껴안은 채 울었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예정된 그날 아침에 다다의 숨이 꺼지고 말았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이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더 좋은 영양제를 먹였더라면, 다른 병원으로 갔더라면, 애초에 다른 가정에 입양되었다면 오늘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 죄책감에서 비롯된 자기혐오와 무기력함은 다다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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