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테루「환상의 빛」
그때 감쪽같이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저는 당신이 죽고 나서의 그 며칠간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여우한테 홀린 것 같은, 여럿이서 누군가에게 속은 듯한, 그런 멍한 마음속에 흐느끼지도 울부짖지도 못한 채 오직 컴컴한 땅속에 가라앉아 있는 또 하나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옆에서 울고 있는 유이치를 내버려둔 채 멍하니 다다미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걱정되었는지, 관리인 부부가 하루 종일 저를 지켜봐 주었습니다. 남편의 뒤를 따라 가스관이라도 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저는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유이치를 데리고 죽어버릴까, 하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의 마음속에 있는 또 하나의 마음에, 비 그친 선로 위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당신의 뒷모습이 이제 또렷이 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