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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May 14. 2024

비 오는 날 길 위에 서서

첫 번째 엽서. 습관적 푸념, 그리고 솔직한 질투

지겨운 내 사는 자리가

누군가의 눈과 손, 개의 필터를 지나자

정말 그럴싸한 작품이 되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그는 사진 찍는 게 생업이라 하지만

누군가 애써 감춰둔

삶의 외투만 끄집어가버린 기분.


그 순간 난 덩그러니 이 곳에 남겨졌다.


다른 사람은 내 인생을 이렇게 쉽게 끌어안는데

난 왜 내 인생을 못 끌어안는 것일까?


아무리 너그럽게 바라보려 해도

늘 덜거덕거리는 삶의 거추장스러움.


 오는 날 길 위에 서서

그 사진을 흉내내본다.


아름다운 건가?


아름답지 않다면 내 실력이 모자란 탓인가,

내 삶이 모자란 탓인가?


이 곳을 떠나 한참

다른 곳을 헤매다 보면 나도 그땐

여기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래도 그 사진은 분명 아름다웠는데.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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