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프로젝트 일상수집일기
멍의 재발견
멍하니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했다.
말이 좋아 멍이지,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이 보일 뿐이었다.
한가하고 할 일 없는 사람만이 즐기는 시간 낭비
이것이 마흔 전의 ‘멍에 대한 정의’였다.
끊임없이 채우려고만 노력했다.
마흔까지의 인생은 채움의 연속이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고 채워도 채워도 성공으로 가는 길은 좁고 굽이진다. 누구에게나 펼쳐져 있는 길이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극소수인 그 길을 걸어보겠노라 부단히도 채웠다.
채워도 허기지는 구멍 난 삶을 멍으로 잠시 채워봤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멍은 인생의 방향을 잃지 않는 나침반이다. 마흔을 넘긴 ‘멍에 대한 정의’이다.
채움과 멍을 반복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멍한 시간을 외면하면서 숨 가쁘게 살아온 마흔의 인생은 가슴의 멍울처럼 아쉬움이 가득하다.
목표를 잃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을 해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멍과 친해져야 한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는 아이가 있다.
방해하지 말자.
아이들에게도 의도적 멍을 때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생각하고 선택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아이들 스스로가 터득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온통 부모가 짜 놓은 스케줄로 채워 넣고선 생각따윈 하지 않아도 되는 로봇을 만들고 싶지 않다. 주도적인 삶을 살기 원한다면 아이들의 멍을 존중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