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발길 닿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풍경과 인연이 기대된다.
계획없이 떠났던 여행지에서 비새는 숙박업소에 머물며 투덜대는 동생 옆에서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한 적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드라마틱하고 오래 오래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회자되리라 예상해서 이다.
가끔 잘못된 선택으로 즉흥적인 성격을 고쳐보겠노라 다짐하기도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신혼여행지도 계획없이 베낭하나만 메고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계획주의자 남편의 돈으로 가는 것이어서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멋진 가이드와 여행계획이 있는 패키지 여행이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아름다웠던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섬들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무엇을 보고 들었고 먹었는지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생에 최고의 호화여행이었건만 기억나는 것은 선물로 사온 노니비누뿐이다.
조직문화속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계획때문이다. 오전 9시 출근 6시 퇴근은 사지를 꽁꽁 묶어 놓은 듯한 갑갑함이 느껴진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해보긴 했지만 무능력함만 잔뜩 느끼고 나오는 경험들이었다. 엉뚱한 발상과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 나에게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는 어떠한 영감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점차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이러다가 사회부적응자로 낙오되겠다는 불안감도 밀려왔다, 네모난 사무실 안에 네모난 책상, 네모난 모니터 앞에서 탈출했더니 비로소 나로 돌아왔다.
팀장이 묻는다. 선생님 학생 입회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계획요? 없는데요.
"네? 계획이 없으시다고요?
"네, 계획따윈 없습니다. 팀장님, 저보고 계획 세워서 일하라고 하심 저는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시건방진 팀원이다. 건방을 넘어 오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사실이다.
나는 이 일을 즐겁게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이다.
"팀장님, 저는 계획을 세워두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과 수업에 집중할 뿐입니다. 제가 만약 아이들을 보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면 이 아이들이 모두 돈으로 보일 겁니다. 아이들이 제 수업을 더 듣게다고 들어온다면 막지 않고, 떠나가는 아이들도 절대 잡지 않습니다. 그들도 그들 계획이 있을테니깐요. 단지 저는 지금에 집중합니다. 저와 뜻이 맞는 아이들이라면 제가 애쓰지 않아도 들어오게 될 겁니다. 저는 그걸 믿고 이 일을 즐기며 하고 있습니다. "
사실 회사 소속의 공부방 원장은 회사를 위해 계획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계획없는 원장은 모험에 가까운 투자를 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치화된 계획표가 보여야 방향이 보이고 미래가 보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도 분명 계획적으로 일한다면 짧은 시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음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계획들이 때로는 욕심을 앞세워 현재를 바로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미래지향적인 계획들로 지금이 가려진다. 나는 이 일에서 현재를 즐기는 방법을 나름 찾은 것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수업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있지도 않은 미래의 원생들에게 계획을 세우느라 현재의 시간을 1분이라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다.
팀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연이어 울리는 카톡알람
밀려오는 상담 문의~
계획하지 않았던 학생의 입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역시 나의 개똥철학이 통할 때가 있어. '
기분좋은 상담을 마치고 나서 팀장에게 자신감 넘치는 메세지 한 통을 보냈다.
다음주 입회대기 확정! 행복한 주말 되소서~!
가끔은 계획이 없어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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