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7일부터 한 달간 동대문구에서는 구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동대문구 힐링산책길 걷기’ 프로그램이 운영했다. 정릉천길, 배봉산둘레길, 중랑천길을 ‘워크온 앱’을 실행하고 챌린지에 참여하며 걷는 방식으로, 챌린지 달성 후 응모하기 버튼을 누르면 후에 추첨을 통해 5,000원 상당 모바일 교환권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첫 번째로 참여한 산책길은 저의 거주지와 가까워 평소에도 자주 걷는 정릉천 길이다. 다만, 성북천교가 시작점이라 평소 걷던 길에서 조금 더 이동을 하여 청계천 산책길에서 정릉천 산책길 방면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번 동대문구의 힐링산책길의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사실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성북천"이다. 성북천의 매력에 대해서는 3가지 힐링산책길 소개를 마친 뒤 번외로 따로 소개해드리겠다.
성북천교~두물다리교~정릉천교
성북천교
성북천교는 시작 지점일 뿐이어서 이때는 멀리 바라만 본 뒤, 성북천 아래 좌측 청계천 방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우측 편에, 청계7경 중 하나인 ‘청계천 존치 교각’이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청계천 복구공사에서 청계천을 덮고 있는 다리를 철거하였는데, 시대의 흔적을 남기고자 교각 3개를 남겨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청계천 존치 교각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존치 교각 위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새들이 앉아 쉬고 있었다. 아무쪼록 역사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생각이다.
청계천 산책길은 확실히 정릉천 산책길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고기도 많이 살고, 오리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수목도 더 풍성해서 보른 눈이 즐거웠습니다.
무학교를 지나면 두물다리교가 나온다. 다리 보행로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어 두물다리교로 명명이 된 이곳은 앞에는 분수대가, 기둥에는 조명이 있으며 좌측에는 ‘청혼의 벽’이라는 구조물도 있다.
사실 여기는 밤에 꼭 와봐야 한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살 때 청계천 근처의 동네에서 살았는데, 마침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일과를 마치고 밤 산책길에 청혼의 벽을 처음 봤었다. 여기서 따로 청혼을 한건 아니지만, 화려하고 예쁜 조명이 내 마음을 환희 비추었다.
각 구조물에 불도 켜지고, 빛깔에 맞춰 춤추는 분수도 볼 수 있다. 한동안 내 프사를 장식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으니 저녁 무렵이나 밤에 이곳 근처를 찾는다면 청계천 산책과 더불어 두물머리교를 한 번 보고 가시길 바란다.
또한 두물다리교를 지나 지상 우측 편에는 ‘청계천박물관’이 있다. 청계천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교육실, 소강당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청계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를 전시하고 있는데, 꼭대기 층에서 계단이 아닌 긴 내려막길 형태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시를 볼 수 있어 관람이 매우 편안한 곳이다.
특히 청계천의 역사와 조선의 물길에 대해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니 꼭 박물관에 방문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자녀와 함께!
청계천이 정릉천 보다 조금 더 넓기도 하고 수목도 많아 자연을 온전히 만끽하며 걷기에 좋았다. 목적지가 정릉천이었기에 정릉천교에서 동대문구에 속하는 정릉천 산책길로 들어섰다.
정릉천교~용두교
정릉천교에서 용두교까지 길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더 많은 구간이다. 정릉천을 찾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들도 그 짧은 거리 내 잘 조성돼 있다. 지붕이 있는 구조물에서 쉬어가기가 좋고 또한 바로 뒤 '트릭아트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을 듯했다.
산책길 구간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구간이 그때그때마다 다른데, 이때는 단연 정릉천교에서 용두교까지의 길이 가장 좋았다. 왜냐면, 큰 새 가족(?)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새, 어미새, 새끼 새까지. 가족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가족처럼 보이는 모여있는 세 마리의 새를 가까이서 보았다. 왜가리처럼 보이긴 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왼편에 한 마리가 더 있어서 총 네 마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바로 옆을 지나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먹이를 먹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볼 일을 보더라.
도시에 살면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인데, 정릉천 산책 시에는 왕왕 볼 수 있다는 사실! 한참 보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용두2교 아래에는 체육시설물과 아리수 음수대가 있다. 주민들께서는 산책과 연계하여 신체 운동을 하고 싶으시다면, 용두2교에 오셔서 시설물을 활용해 운동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운동하고 물도 마시고!
용두2교를 막 지나면 좌측에 정릉천에 대한 소개와 활용 설명서 표지판이 있으니 확인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용두교~삼일교~제기1교
용두교 너머 지상에는 정릉천 복개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최근 서울시에서는 스포츠‧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심 속 문화캔버스’를 콘셉트로, 상부는 생활·액션 스포츠, 휴식 및 교류가 가능한 액티비티존과 힐링·커뮤니티존으로, 하부는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디지털 감성존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이곳에서 많은 공연도 이뤄져, 정릉천이 주민들만의 공간이 아닌 청계천과 같이 서울시와 전국 어디에서나 찾고 싶은 공간으로,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만족하는 멋진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좌) 현재의 정릉청 복개 주차장 / (우) 문화캔버스 존으로 거듭날 미래의 정릉천변 상부 (출처 : 내 손안에 서울)
삼일교를 지나 제기교까지 가는 길은 수목은 적지만 오히려 전방이 탁 트여 개인적으로는 제가 참 좋아하는 길입니다. 필자의 거주지에서 가까워 자주 지나가는 곳인데, 여기에도 체육시설이 있고 또한 의자 등 쉬어갈 수 있는 구조물이 많아 휴식하기에 좋다.
그리고 정릉천 산책길의 시그니처를 꼽으라면, 단연 삼일교에서 제기교로 가는 길의 광경을 꼽을 것이다. 하천과 수목 그리고 건너의 예스러운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그 조화로운 광경이 매우 특색 있고 볼만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이라 주로 녹음으로 가득한 가운데에서도, 일부 활짝 핀 꽃과 나비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나비를 참 오랜만에 봤던 듯했다. 산책길 좌측 벽면의 꽃 벽화도 쭉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제기1교에 다다랐다. 여기 좌측 지상에는 화장실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또한 용두2교와 유이하게 제기1교에도 아리수 음수대가 있다. 미리 챙겨 온 텀블러에 아리수를 담아 목마른 목을 축였다. 이곳 또한 체육시설이 잘 되어있어 산책과 함께 신체운동을 하기에 좋다.
걷다가 건너 우측 편을 보니 자전거 이용객이 매우 많이 보이더라고요. 자전거 전용도로가 우측에 있었는데 운동 목적 혹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타는 듯했다. 이렇게 천변 자전거길을 잘만 활용하면 때로는 자동차 못지않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기1교~제기2교~종암대교
나무데크로 길게 이어진 길이 나오는데 여기를 쭉 걸으면 제기2교를 통과하게 된다. 동대문구 내 하천 교량의 특징이라면 사진과 같이 별도의 표지를 통해 교량명과 높이, 다음 교량까지의 거리가 표기되어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정보 보다도 실용적이고 유익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걸어가면 삼일교 다음에 나왔던 방아다리교처럼 차가 아닌 보행을 위한 다리인 새섬다리교가 나오는데, 다리 외벽에는 시계가 있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산책길 시작 시간으로부터 40여 분 정도 지났더라. 힐링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야말로 순삭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시간에 대한 개념을 외벽 시계를 보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새섬다리교를 통과하면 이내에 종착지, 종암대교가 보인다.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게시판도 함께. 종암대교를 기준으로 남쪽은 동대문구, 북쪽은 성북구다.
되돌아가는 길은 하천 위 지상을 택했다. 하천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하천가에서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볼 수 있기에. 그렇게 정릉천 힐링산책길 걷기를 마쳤다.
이벤트 참여를 계기로 걷긴 했지만, 이벤트 이런 것을 떠나서 산책길을 걸으면 힐링되고 너무 좋다. 그래서 실제로 스트레스 많은 날이면 꼭 인근의 천변 산책길을 걷곤 한다.
혼자 걷는 사람,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사람, 반려견과 함께 걷는 사람. 느리게 걷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이 정릉천 산책길을 찾는다.
힐링받으며 산책하는 것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에. 걸으면서 꽃과 나무, 물고기와 새, 반려견, 분위기 있는 구조물과 건물 등을 보는 가운데 힘든 마음이 치유가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