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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러브 이유미 Sep 22. 2022

고기능 ADHD? 주의력 결핍 행동조절 장애를 공부하다

집중의 어려움과 과도한 집중

개학 첫날.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ADHD 주의력 약을 먹고 학교에 갔다. 부작용은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 궁금했지만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쓸 수 없으니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는 거겠지 했다.

하교 시간. 딸이 전화를 했다.


"엄마, 신기해.

손톱 뜯는 것도 참아지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약 한 번 먹고 그런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타날까 생각도 들었지만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듯했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서로가 덜 힘들었을 텐데 싶다가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감사했다. 그동안 왜 전혀 생각지 못했을까. 나 스스로도 의아했다. 유치원에 근무하면서 ADHD 의심이 가는 아이들을 많이 봐왔다. 대체로 남자아이들이었고 주로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력적 모습을 보이는 등 단체생활에 방해가 될 경우만 문제로 여겼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생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본 일이 없기도 했다. 주의력 부족은 유아기 자기 중심성과 호기심으로 인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유치원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단체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만 부모에게 조심스럽게 검사를 권유했고 그때마다 학부모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마저도 정말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러니 ADHD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자연스럽게 생길만했다.



 


ADHD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딸이 ADHD라는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먼저 깨야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증상으로는 도저히 딸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는 온라인 자료들을 찾았다. 워낙 증상이 다양해서 어떤 게 실제로 딸의 증상과 맞는지 알 수 없었다. 하연이가 말해주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딸에게 톡을 했다.


"하연아, 네가 찾은 자료들 좀 보내줘. 너의 증상과 비슷하다고 했던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엄마도 궁금해서."

 


딸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성인 ADHD >에 대해 쓴 글의 링크를 보내줬다.


과다 활동은 초기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유의미하게 감소합니다. 일부 환자는 충동성, 심한 감정 기복, 주의집중력에서 지속적인 결함을 보입니다.




심한 감정 기복과 예민함


청소년 우울증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청소년 우울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하연이의 몇 가지 행동들이 있었다. 감정 기복이 그랬다. 신나게 웃다가도 급격하게 울거나 우울해지는 일이 많았다. 예민함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고도로 예민했다. 오감이 예민했다는 말이 맞겠다. 주변의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울고,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했다. 평소 먹지 않던 식감의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모두 뱉어냈게 때문에 17개월 때까지 모유만 먹었다. 3살 무렵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울어서 아기침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그냥 눈물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다른 사람보다 자극에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의 어려움과 과도한 집중


모든 면에서 하연이의 건망증은 엄마의 화를 불렀다. 준비물, 과제, 물건, 약속과 사람과의 경험까지 모두 잊었고 아무리 주의를 주고, 다시 다짐을 받아도 "아 맞다"였다. 우리 부부는 하연이를 <아만다>라고 불렀다.


반면 그림을 그릴 때 과도한 집중력을 보였다. 몰입이라는 말이 맞겠다. 어떻게 5시간 이상을 앉아서 그림만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했다. 즉각적인 보상에 중독성을 보인다는데 내 기준에서 그림은 장기적인 보상에 해당되었다. 예술이 그렇듯 능숙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연이에게 물었다.


"즉각적인 보상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는데 그림은 보상이 느리잖아?"

"나한테는 즉각적이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 바로 눈에 보이잖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조절이 어려웠고, 먹는 것, 자는 것 등 그 외 생활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아이의 부주의라는 생각에 더 야단을 했다. 내 주변에서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연이의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책을 하연이와 함께 쓰면서 누구보다 우리에게 많은 유익이 되었다. 많은 사례들을 들을 수 있었고, 그때의 생생한 기록이 이후 아이를 이해하고 꾸준히 대화하는 데로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기록의 중요성을 알았다.





글에 댓글이 달렸다.


정신과 전문의가 되신 성인 ADHD 의사 선생님의 댓글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브런치에 방문해보고 고기능 ADHD에 대한 자세한 사례와 의학적 근거를 읽으며 자칫 놓치기 쉬운 고기능 장애를 알게 되었다. 선생님도 공부를 잘하니 누구도 ADHD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자칫 자신의 성격을 합리화하려는 거 아닌가?라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고기능으로 탁월함을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뇌의 기능 장애로 인해 분명 자신과 가족, 사회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오히려 고기능에 가려져 혼자만의 싸움이 더 클 수 있겠다는 이해가 되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을 클릭)

https://brunch.co.kr/@mindrip/37


고기능 ADHD는 몰입력이 높아 어릴 때 재능을 발견하면 잘 키울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불안 우울이 많아서 갑자기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는 글에 하연이가 충동적으로 타이레놀 13알을 먹고 입원한 사건이 이해가 되었다.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흔히 생각으로만 끝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고 관심사를 옮기면 바로 좋아지기 때문에 놀리나?라는 생각도 든다'는 말이 하연이에게 느낀 감정이었다. 엄마의 심장이 무너지는 줄 모르고 입원한 병실에서 빵을 먹으며 하하호호 웃는 아이가 고맙기도 하면서 어쩜 저렇게 이기적인가 라는 생각도 든 게 사실이었으니까.


이런 오해를 얼마나 많이 받았을까. 그럴수록 자기 자체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림에 더 빠져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연이의 그림은 굉장히 독특하고, 기발하다. 하연이 그림이 좋다. 자랑스럽다. 그냥 '잘 그리는구나' 했던 그림에서 이제 하연이가 보인다. 미친 듯 몰입해서 자신의 감정, 생각, 불안을 모두 쏟아낸 그림은 하연이 자체였다.

 


고기능 ADHD 사춘기 이하연 최근 2022년 8월 웹드로잉




이하연 작품 중학교 1학년 작품 한참 이상한 나라의앨리스에 빠져 있었다





2019년 11월 작품 중학교 1학년 내가 좋아하던 색감의 그림






2020년 3월 즈음의 작품 "동화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빛나기만 할까?"







2020년 1월 중학교 2학년이 될 무렵 아마 이 때 부터 우울감이 심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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