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아이
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무용은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무용은 가장 나다운 놀이이다.
움직임에는 에너지가 작용한다.
에너지의 흐름은 유연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움직임을 만든다.
에너지가 힘이 되면 방향이 바꾸고, 흐름도 바뀐다.
현대무용은 발레의 정형화된 춤에 대한 저항으로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하면서 시작된 무용이다.
내면의 표현, 감정이나 충동, 몸의 감각에서 시작되는
독창적이고 즉흥적인 움직임이다.
무용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무용을 할 때 진짜 내가 될 수 있었고, 자유로웠다.
힘껏 내리치고, 바닥에 구르다가 뛰어오르면서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의 숨어있던 거대한 힘들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음악을 듣고 그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무용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춤 연습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나와의 대화였다.
현대무용을 하면서 내면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에너지가 움직임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경험했다.
내 몸은 외부의 힘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내면의 에너지를 만나기도 한다. 힘의 작용으로 때로는 몰입하고, 때로는 반복하고, 때로는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다른 무용수와 관계를 맺어갔다.
놀이와 현대무용은 비슷하다.
아이가 자극을 만나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때로는 몰입하고, 때로는 반복하고, 때로는 확장하고,
때로는 연결하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모든 것은 안에서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음껏 놀라고 하는데도 쭈뼛쭈뼛하기만 해요.”
“장난감을 사줘도 금방 싫증을 내고 매일 갖고 노는 것만 놀아요.”
“그냥 두면 하루 종일 놀아요. 숙제는 언제 해요?”
“놀이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나도 놀아본 적이 없어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부모님들은 놀이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많이 놀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유아기의 부모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놀잇감으로 놀았으면 좋겠고,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좋은 친구와 놀았으면 좋겠다.
학습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해야 할 일도 잘했으면 한다.
노는데 규칙이 점점 많아진다.
자유롭게 흐르던 놀이의 에너지가 벽을 만난다.
놀이는 자발성을 잃고 빛이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