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힘
오랜만에 브런치 북에 글을 쓴다.
사실 놀이력이라는 주제로 출간 기획서를 쓰고, 투고도 했다.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올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투고를 하기 전 아는 편집장님에게 기획서를 보여드렸었다. 편집장님은 한국의 자녀교육서는 좋은 대학에 가는 방법이어야 하니 방향을 바꾸라고 했다. 그래도 아이의 놀이와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고집했다.
블로그에 놀이력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들었다. 놀이력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잘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관찰과 놀이 양육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고. 제목이나 주제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일단 놀이력은 공부의 반대개념이 아니라는 걸 계속 설득해야 한다. 놀이는 자칫 공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놀이력까지 강조한다면 놀이마저 공부가 되어야 할 수도 있겠다. 놀이 학원이 따로 생기는 것처럼.
놀이력이라는 말을 대체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까지 이 글은 잠시 영글게 두기로 했다. 대신 내 아이들과 더 많이 놀고 관찰하면서 아이들에게 놀이력이 무엇인지 더 경험해 보고 자료를 모아야겠다. 이 마음을 먹으니 갑자기 이 브런치북을 이어가는 게 의미를 잃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었는데 연재일이 올 때마다 알람이 울린다. 마무리를 하지 않고 일을 미루는 느낌이 내내 찝찝해서 이글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언젠가 이 글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날에 싹을 띄우고 세상에 나타날 날도 오겠지.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 교육자로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놀이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나의 부족함도 더 채워지기를.
오늘 초등학교 3학년 막내와 데이트를 했다. 소소하지만 아들은 참 행복해한다. 같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쌀국수를 기다리는 사이 아이가 말한다.
"엄마! 빠진 이사이로 국수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아침에는 이가 빠졌다며 방으로 이를 들고 온 게 생각났다.
"그러게. 왜 이 흔들린다고 엄마 한테 말하지 않았어?"
"그냥. 계속 흔들다가 내가 빼보고 싶어서."
치과 가는 것도 무서워하던 아이인데 제법 큰 이를 겁도 없이 혼자 빼낸다. 그사이 국수가 나왔다.
"국수 빠져나와?"
"아니 국수는 안 나오는데, 고기를 씹어서 작아지면 삐집고 나와. "
서점에 가서 밤에 함께 읽을 책을 고르고, 손 잡고 산책을 하면 아이는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엄마! 우리가 좋은 장소를 놓칠뻔했네."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2인용 흔들 그네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흔들의자에 앉았다. 처음 발을 힘껏 구르고 나면 우리의 무게를 따라 앞 뒤로 흔들거리고,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놀이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함께 즐거워야 한다.
사랑만 담겨있어야 한다.
그래서 놀이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