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선_the-sun.com에서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시한부 환자를 돌본 간호사 줄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틱톡에서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에 공통으로 하는 후회가 있느냐'는 질문을 다뤘다. 그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끝에서 자신의 건강함에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놓쳤던 것도 후회하죠. 과거 너무 많이 일하며 보내는 것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후회합니다." 환자들의 고백으로부터 줄리는 "현재 순간에 살아가고, 감사하며, 건강을 당연시하지 말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작은 것들에 주목하며 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후회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새롭거나 독특한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생각들이다.
너무 일을 많이 하지 않았어야 했다.
건강을 잘 돌봤어야 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며 살았어야 했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며 살았어야 했다.
친구들과 더 많이 연락하며 지냈어야 했다.
자신의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이런 후회는 삶의 어떤 특정한 순간에 찾아온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온 경우가 그렇다. 삶의 유한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순간 자신이 중요시 여기며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반성적인 성찰이 시작된다.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빈둥지가 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경우에도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소위 "대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잃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던 일들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일어나지 않는 순간도 있다. 힘써 키운 자식들에게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애써 가꾸던 사업이 망하거나, 내가 힘을 쏟던 인간관계가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우린 삶의 요소를 재배치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너무 안타깝게도 우리는 직접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전에 미리 배우는 일에 몹시 더디다. 아니 경험을 하고서도 쉽게 잊는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고 나서야 설계, 감리, 시공업체의 선정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오래전 다리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백화점이 붕괴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각인시켜 준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그것들에 온전하게 힘을 쏟으며 사는 것은 다시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접하는 장면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자녀들은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오열한다. 이 세상을 떠나가는 부모와 못다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표현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 안된다고, 가지 말라고 생전에 남겨졌던 울분을 표출한다. 이별의 순간에도 자신이 풀어내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가 자아낸 분노에 잠식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장례식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의 표정이 평화롭다. 그들이 고별사를 읽거나 조의를 표하러 온 사람들에 대한 인사를 전할 때에 담긴 주된 정서는 사랑과 감사다. 이 차이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이것은 그 관계에서 매 순간 순간 해야 할 것들을 하며 살아왔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한 채 묵인하고 방관하며 살아왔는가로 결정되는 일이다.
인생의 최종목적
삶의 어느 순간에 마주하는 후회는 결코 혼자 찾아오는 법이 없다. 후회 옆엔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공허함이 붙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선택의 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더 늦기 전에 덜 후회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덜 후회하는 삶은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직접적인 배움과 경험, 그리고 간접적인 채널을 통한 정보의 습득을 통해 형성되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배우지 않은 한 우리의 지식은 한계가 있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험하지 못했다면 우리의 경험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우리가 후회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최상의 설계도를 그리고 거기에 따라 삶을 만들어나갈 뿐이다. 우리에겐 "그려놓은 설계도에 따라 그렇게 살았으니 됐다"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한번 사는 세상, 자신에게 스스로 잘 살아냈음을 인정하는 말을 들려줄 수 있으면 우리는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설계도를 그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집을 짓는 목적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설계도를 준비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실/생존의 목적은 이 세상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시한다. 여기엔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과 같은 생존의 요소들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과정이나 위기에 대비하는 것 등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