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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Me 김진세 Sep 09. 2023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적인 나

BetterM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자율성

    학창 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과목은 '문학'이다. 문학 선생님은 긴 막대기 하나를 책사이에 끼고 들어와 아이들에게 묻곤 했다. "오늘은 뭘 배울래?" 다소 황당한 질문에 아이들은 "소설이요 ", "시요.", "수필이요."하며 대답했다. 그 선생님은 시를 배우고 싶다는 나의 말에 책을 펴고 아래의 시 한 편을 읽었다.  


복종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문학 선생님은 "이 시는 일제 강점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민족 독립의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는 자발적 복종의 가치를 노래했다"라고 가르치며 "복종의 대상은 세속적 가치를 넘어서는 절대자의 진리로 해석될 수 있음"을 말했다. 나는 이 시의 역설의 매력에 빠졌었다. 복종을 하고 싶어 복종을 하는 것은 분명 자기 결정에 따르는 행위다. 또 그 복종 아래에서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역시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다. 결국 시인은 복종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의지에 따른 선택 곧 자율성을 선포하고 있다. 시인은 복종 자체가 주는 유익은 언급하지 않았다.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의지적으로 선택된 행위가 주는 행복을 말할 뿐이다. 시인은 복종 아래에서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 철저히 자율성을 확보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자유와 자율성은 동일한 개념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자율성은 타인의 기준과 그것의 간섭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의사결정의 과정을 진행하며 최종 의견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율성을 가진 사람들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자율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해 보자. 아래의 표에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자율성은 다양한 영역에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자율성을 지닌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명확한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하여 질서 정연하게 자신의 삶을 이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 등이 행동하는 동기가 된다. 관계 안에서도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능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 및 욕구가 적응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내면과 외면이 비교적 동일한 진정성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건강한 상태를 비교적 수월하게 유지한다.

 

자율성의 상실

     우리의 자율성은 우리가 성장하며 들었던 수많은 메시지들과 관계가 있다. 그중에서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마 "엄마 말 좀 잘 들어" 일 것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치 그 말을 듣지 않으면 잘못될 것처럼 겁을 주며 통제하는 시도들은 문제가 된다. 일전에 자녀 양육 세미나에서 한 참가자와 나눈 대화다.


"선생님,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서 힘들어요. 대체 이 아이는 엄마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길래 이러는 걸까요?"

"어떤 말을 잘 들으면 좋으시겠어요?"

"먹으라고 할 때 먹고, 공부하랄 때 하고, 자라고 할 때 자고 그럼 좋겠어요. 특히 게임도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면 좋겠고요."

"그렇게 말을 잘 들으면 뭐가 좋으신데요?"

"그럼 제 마음이 좀 편하겠죠"

"아이 마음은 어떨까요?"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못하니 답답하고 짜증 나겠죠?"

"그럼 엄마는 그 순간에는 엄마 마음이 더 중요하신 거군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요. 다 자기 잘 되라고 하는 말 아니겠어요?"

"그럼 엄마 말만 잘 들으면 잘 될 수 있겠네요? 혹시 엄마 말 잘 들으면 엄마처럼 되는 거 아닐까요?"

"(웃으며) 저처럼 되면 안 돼요. 훨씬 더 잘되야죠."

"그럼 엄마 말도 중요하지만 잘 된 사람말을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네.. 그렇겠어요."

"자기 말 잘 듣게 하다가 자녀의 마음을 아프게 해 나중엔 관계도 다 잃어버린 부모들도 있답니다. 자녀의 마음을 사면 내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들어줄 거예요. 사랑하는 엄마가 말하니 밥을 먹어주자, 공부를 해주자, 잠을 자주자라고 말을 들어주는 거죠. 이게 좀 어이없으실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된 거죠."


    간단한 대화였지만 이 대화를 통해 그 참가자는 자신의 말을 듣게 하며 아이의 자율성을 깎아내리던 양육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안타깝게도 유사한 형태의 메시지들을 많이 들었다. 엄마 말 좀 잘 들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네가 장남 아니니. 네가 그래도 딸인데. 동생들이 저러고 있는데 너는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니? 등의 말을 들으며 우리 안에 인식의 틀은 타인 중심으로 맞춰졌다. 나의 기준을 건강하게 세우고, 더 성숙하게 다듬어 갈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 필요가 더 중요한 것처럼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집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대학을 가거나, 결혼을 얽매임의 탈출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타 지역으로 이주를 하기도 한다. 정서적인 융합에서 벗어나고자 물리적인 거리감을 만들어 분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극단적으로 챙기는 자기중심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힘을 써서 원가족과 정서적으로 분화하여 독립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모든 일들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성장하여 다소 연약한 마음으로 살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 홀로서기를 호기롭게 시작한 개인이 부모에게 기대는 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다. 부모에게 "그 거봐라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내 말 안 들어서 그렇게 된 거야" 등의 상처가 되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우 벗어난 필요 이상의 책임감과 무거운 굴레를 다시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염려도 가족에게 의지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율성을 길러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작은 실패 앞에서 좌절과 외로움을 느끼되는 경우가 많다.


자율성 훈련하기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이나 학교 교육을 통해 자율성을 학습받지 못한 경우 이를 다시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인지구조가 일정한 형태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정적 영향으로 굳어진 시간만큼 긍정적 활동으로 훈련하라'는 변화 법칙을 권하고 싶다. 자율성 획득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애물이 많은 만큼 장기적인 실천 계획과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할 일들이 있다.  

나 자신을 더 알기: 프로파일을 작성하듯 나의 가치, 목적, 욕구, 강점, 약점, 성격, 우선순위, 스트레스 대처 방식, 대화유형 등을 파악하는 것.

개인 경계 세우기: 돈, 시간, 에너지, 감정, 생각 등의 개인의 영역에 원치 않는 타인의 개입이나 요청에 'No'라고 말하는 것.

삶의 목표 설정하기: 지키고 살아야 하는 삶의 목표들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그 중요도 순위로 기록하는 것.

의사결정 연습하기: 많은 선택의 순간들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

자신감 불어넣기: 작은 실패와 정체를 예상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장점과 강점 및 과거의 성취를 증거로 활용하여 자신에게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자기표현 연습하기: 자신의 생각, 감정, 필요를 다양한 상황에서 표현하는 것으로 안전한 상황에서부터 도전이 필요한 상황까지 자신을 개방하는 것.

결과에 책임지기: 주체성을 가지고 시도했던 일들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 결과로부터 배워 자율성의 소스로 삼는 것.

안정적인 관계에서 피드백과 지지받기: 나의 자율성을 합리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가까이하고 그들로부터 정서적인 위로와 건강한 평가를 받는 것.

    자율성을 기르고 그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요소들에 맞서는 용기다.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혼자 잘난척하며 설치더니 꼴좋다", "너는 나 없인 안돼", "너 그러다가 엄청 후회할 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메시지는 자율성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우리의 시작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아기도 아장아장 걷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엉덩방아를 찧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 부족한 걸음마를 응원해 주고, 손뼉 쳐줄 사람이 없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길 바란다. 결국 우린 자율성과 함께 뛰고, 자율성과 함께 춤을 추는 멋진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당신의 걸음마에 미리 박수를 보낸다.   

 



성장 그룹을 위한 나눔 질문

1.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않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나의 삶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나요?

2. 우리의 자율성의 성장을 저해했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가족문화, 부모의 언어, 사회 그룹의 영향 등)?

3. 자율성을 갖기 위해 내가 시도했던 것들이 있었나요? 어린 시절이나 성인이 된 후에 했던 시도들을 구분하고 유사한 점이나 차이점일 살펴봅니다.   

4. 자율성을 기르기 위해 제시된 방법들을 보며 목록 별로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들을 적어보고 그것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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