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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Me 김진세 Oct 04. 2023

우선순위가 명확한 나

BetterM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후회

    더 선_the-sun.com에서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시한부 환자를 돌본 간호사 줄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틱톡에서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에 공통으로 하는 후회가 있느냐'는 질문을 다뤘다. 그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끝에서 자신의 건강함에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놓쳤던 것도 후회하죠. 과거 너무 많이 일하며 보내는 것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후회합니다." 환자들의 고백으로부터 줄리는 "현재 순간에 살아가고, 감사하며, 건강을 당연시하지 말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작은 것들에 주목하며 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후회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새롭거나 독특한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생각들이다.

너무 일을 많이 하지 않았어야 했다.

건강을 잘 돌봤어야 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며 살았어야 했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며 살았어야 했다.

친구들과 더 많이 연락하며 지냈어야 했다.

자신의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이런 후회는 삶의 어떤 특정한 순간에 찾아온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온 경우가 그렇다. 삶의 유한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순간 자신이 중요시 여기며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반성적인 성찰이 시작된다.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빈둥지가 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경우에도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소위 "대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잃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던 일들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일어나지 않는 순간도 있다. 힘써 키운 자식들에게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애써 가꾸던 사업이 망하거나, 내가 힘을 쏟던 인간관계가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우린 삶의 요소를 재배치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너무 안타깝게도 우리는 직접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전에 미리 배우는 일에 몹시 더디다. 아니 경험을 하고서도 쉽게 잊는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고 나서야 설계, 감리, 시공업체의 선정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오래전 다리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백화점이 붕괴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각인시켜 준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그것들에 온전하게 힘을 쏟으며 사는 것은 다시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접하는 장면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자녀들은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오열한다. 이 세상을 떠나가는 부모와 못다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표현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 안된다고, 가지 말라고 생전에 남겨졌던 울분을 표출한다. 이별의 순간에도 자신이 풀어내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가 자아낸 분노에 잠식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장례식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의 표정이 평화롭다. 그들이 고별사를 읽거나 조의를 표하러 온 사람들에 대한 인사를 전할 때에 담긴 주된 정서는 사랑과 감사다. 이 차이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이것은 그 관계에서 매 순간 순간 해야 할 것들을 하며 살아왔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한 채 묵인하고 방관하며 살아왔는가로 결정되는 일이다.    


인생의 최종목적

    삶의 어느 순간에 마주하는 후회는 결코 혼자 찾아오는 법이 없다. 후회 옆엔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공허함이 붙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선택의 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더 늦기 전에 덜 후회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덜 후회하는 삶은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직접적인 배움과 경험, 그리고 간접적인 채널을 통한 정보의 습득을 통해 형성되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배우지 않은 한 우리의 지식은 한계가 있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험하지 못했다면 우리의 경험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우리가 후회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최상의 설계도를 그리고 거기에 따라 삶을 만들어나갈 뿐이다. 우리에겐 "그려놓은 설계도에 따라 그렇게 살았으니 됐다"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한번 사는 세상, 자신에게 스스로 잘 살아냈음을 인정하는 말을 들려줄 수 있으면 우리는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설계도를 그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집을 짓는 목적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설계도를 준비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실/생존의 목적은 이 세상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시한다. 여기엔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과 같은 생존의 요소들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과정이나 위기에 대비하는 것 등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

    이에 더해 가치/의미의 목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의미를 목적으로 둔 사람은 신앙의 대상과의 관계 혹은 믿음의 가치에 맞춰사는 삶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적인 성취, 자기 발견 및 성장이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돕는다던지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것이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영역으로는 긍정정서 특히 행복이 인생이라는 집의 목적인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매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좋은 사람들과의 연결됨을 추구하며 관계 안에서의 행복을 도모한다. 나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안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자기 돌봄의 과제 또한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과제다.

    이 세 영역 외에도 다른 목적들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개별적인 목적으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섞여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의 순서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의 단계를 잘 고려하며 목적을 잘 배치할 수 있다.


우선순위

    이렇게 목적을 설정하고 나면 설계도면을 그리기 위한 밑작업이 마무리된다. 그다음은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바로 삶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삶의 우선순위를 선정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인식하고 구별하여 그 중요도 대로 조직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언급했던 그런 삶 곧 더 나은 나로 살아갈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핵심작업이 이뤄진다. 이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가 가진 한정된 시간과 힘, 능력, 자원 등을 배분하여 목적에 부합한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는 말로 자신의 과거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의 우선순위를 세워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 힘을 타인에게 빼앗겨버린 아픔을 경험하고 살았다. 이제 자신이 만들어갈 집의 우선순위라는 기둥을 계획하며 그 힘을 다시 되찾아오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해선 아까 생각해 둔 설계도의 목적을 고려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열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 부모님, 형제, 친구, 종교, 애완동물, 학위, 자기 계발, 자기 발견, 자기 성장, 물질적 성공, 명예, 타인의 인정, 봉사, 사랑, 행복, 취미 등이 기본 영역이다. 이 영역 아래에서 세부 목록을 만들 수 있다. 물질적 성공 영역 아래에서는 직장생활, 구직, 이직, 자격증 관리, 인맥관리, 재정관리 등이 들어가게 된다. 건강의 영역에는 운동, 식단조절, 정기검진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각 영역에 자세한 항목들을 나열하다 보면 나의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기록될 것이다. 이를 아래의 기준에 따라 중요도의 순서대로 배치해 볼 수 있다.


- 과거에 중요하게 생각한 것

- 현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미래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나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나의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타인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타인의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내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 타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 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  

- 나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


    각 기준에 따라 내 삶의 요소들을 재배치하다 보면 마음에 불편함이 생기기도 하고, 설렘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경험하며 스스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순서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중심으로 모든 요인들을 나열해 보자.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우선순위다.

    이렇게 설정된 우선순위에 따라 힘과 에너지를 나눠야 한다. 하루 주어지는 24시간은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삶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재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영역에 허용하는 걱정의 양까지도 적절하게 안배하여 설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주어진 힘을 100으로 설정하고, 각 영역에 얼마큼씩을 나눠 쓸지를 정할 수 있다. 또한 주간 시간표를 작성하여 사용할 시간을 객관화하여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선순위에 맞춰 사는 삶의 성취도를 매주 점검하며, 거기에 따른 만족감 또는 행복감을 표시하여 정기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삶의 아름다움

천상병 시인은 자신의 시 귀천에서 이렇게 삶의 끝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시에는 서울대 상대를 중퇴한 것에 대한 후회도, 가난한 삶에 대한 절망도 담겨있지 않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의지 있는 자가 노래한 아름다움만 가득하다. 이렇듯 우리가 세운 우선순위에 따라 살아낸 삶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환경에 의해 결정지어지지 않는 내적가치다. 비록 세상의 기준으로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스스로를 넉넉하고 용기 있게 세우는 힘이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삶, '충분히 의미 있음'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우선순위의 기둥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자신을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더 나은 자아로 소풍을 가듯 즐거움 가득한 하루를 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 그룹을 위한 나눔 질문

1.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사람들의 후회를 접하며, 내가 삶의 마지막 순간 나의 삶을 돌아보며 어떤 후회를 할 것 같은가요?

2. 내가 인생의 설계도면을 그리며 그 설계의 목적 곧 인생의 목적을 적어본다면 이 시점에선 어떤 것을 적을 수 있을까요?

3. 우리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재배치할 수 있는 기준 중에서 지금 제일 의미가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4. 그것을 중심으로 나의 삶의 요소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본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5. 그렇게 정리한 우선순위에 맞춰 사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 시도해야 할 것들을 함께 나눠봅니다.



참고자료

https://www.the-sun.com/lifestyle/4933934/hospice-nurse-reveals-regrets-people-have-before-they-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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