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고3에서 대학교 1학년을 넘어가던 시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통칭 ‘와우’라는 게임에
한창 빠져서 인생을 갈아 넣던 시기가 있었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던전을 돌고
공략법을 찾아보며, 몬스터를 해치우고
일일 퀘스트와 레벨업을 반복하던 시기였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 신선한 충격은
와우는 사실 ‘만렙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만렙을 찍고 나서부터
와우의 가장 최정점 시기이던
리치왕과 데스윙 콘텐츠를 즐겼고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다시 오지 못하는 청춘이지만
이때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게임에 진심이었다.
"주짓수는 블랙벨트부터 시작이야"
어느 날 어떤 선배님이 지나가며 말했다.
뭐지, 이 기시감은.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즐기던 관심사는
게임에서 주짓수로 그 종목만 옮겨갔고
이제와 생각하니 운동에 진심으로
즐기고 구르고 있었다.
게임과 주짓수는 참 닮은 면모가 많다.
동료를 만들고,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난관을 거쳐 점점 레벨업을 해나간다.
클래스마다 다른 스킬을 지녔듯
주짓수는 같은 기술이라도 서로 디테일이 다르고
성향과 체형 마인드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천차만별이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이 모여
도복을 입고 띠를 동여맨 채, 매트라는
플레이그라운드로 모여서 즐긴다.
다만, 게임과는 다르게 현실의 만렙은
기나긴 시간과 노고를 필요로 한다.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시간을 응축시켜 놓은 게임은
짧으면 몇 주, 길면 한 달 안에 만렙을 찍지만
주짓수는 짧으면 8년, 길면 10년의 시간을 거쳐
블랙벨트라는 만렙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아직 나도 만렙을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 지루함과 권태의 시간을 버텨보자
어느 직업이던, 어느 장인이건
기나긴 시간이라는 담금질을 거치고 나면
누구보다 멋진 만렙이 되어있을 것이다.
단, 하나만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름길은 없다.
정정당당히 올바른 길만 있을 뿐이다.
각자의 모험과 여정을 재밌게 즐기길 바란다.
언젠가 이 길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날 것이다.
재미있게, 콤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