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가장 예뻐 보이는 여자는 어떤 여자게?”
기지를 발휘하여 답을 맞히고 싶었지만 여러 번 헛짚은 끝에 친구에게 들은 정답은 이랬다.
“방금 본 여자.”
답을 들은 순간 어이가 없으면서도 남자들의 속성을 지적하는 그 예리하고 정확한 통찰에 감탄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참고로 이 문답은 남자들 자신이 스스로를 파악하여 만들어낸 것이라 했다.
‘방금 본 여자’가 갖는 최대의 매력은 이제 막 남자의 눈에 처음 들어왔다는 것이다. 전에 많이 본 여자보다 키가 작고 못 생겼어도 방금 봤다는 사실 때문에 예뻐 보인단다.
왜 그럴까?
그야 당연히 새로워서다.
‘새로움’이라는 게 우리 인간에게는 이토록 강렬하게 다가온다.
유행은 돌고 돌면서 그게 저거 같고 저게 이거 같은데도 올해 신상품이라고 하면 눈이 번쩍 뜨인다.
익숙하고 친근해진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만큼 지겨워지기도 한다.
섹스도 같은 파트너와 계속 반복하다 보면 안전하고 편하기는 하지만 감흥이 사라지고 쉽게 흥분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일명 권태기다.
섹스가 권태로워지면 참 문제다. 권태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침실 분위기를 바꿔본다든가,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간다든가, 조금 더 드물게는 특이한 의상을 입거나 가면을 쓰고 변장 놀이 같은 걸 해본다든가, 새로운 테크닉을 시도해본다든가 하는 방법들은 존재하지만, 일단 권태로워진 상태에서 그 시도 자체를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고, 또 무엇보다 어색하다.
이런 시도들을 냉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권태로워질 가능성도 적다.
섹스가 권태로워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니, 권태를 방지한다기보다는 섹스할 때마다 최고의 흥분을 맛보는 방법이다.
명상처럼 섹스를 하면 된다.
명상의 핵심은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이다. 아마도 여러 번 들어봤을 ‘Here and Now’이다.
명상을 해야지 마음먹고 자세 잡고 앉아 눈을 감으면 금세 지금 이 순간의 여기가 아닌 과거나 미래로 생각이 날뛰며 오간다. 어제 있었던 일, 전에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던 기억, 조금 있다 해야 할 일들, 마감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에 대한 걱정 등... 마음은 한시도 현재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그래서 명상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호흡을 이용한다. 나의 호흡을 지켜본다는 마음으로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명상을 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꾸준히 하다가 어느 순간 잡념이 사라지고 깊이 들어가 소위 '삼매경(Samadhi)'을 경험하고 나면 그 다음번 명상에서는 이상하게도 더 집중이 안되고 산만해져 실패하기 십상이다.
좋은 경험 때문에 '기대'가 생겨서 그렇다. 저번에 그 황홀했던 느낌, 신비한 경지를 다시 한번, 더 깊이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과 기대가 집중을 방해한다.
명상은 집중만큼 포기가 중요하다. 집중하면서 동시에 포기해야 한다.
이 원칙은 섹스에 그대로 적용된다. 집중하는 동시에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흥분을 맛볼 수 있다. 최고의 흥분을 위해서는 최고의 흥분을 절대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이다. .
< 명상처럼 하는 섹스 >
1. 과거의 모든 섹스를 잊어버린다. 상대가 늘 하던 패턴, 방식, 느낌 전부를 기억 속에서 지운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2. 두 사람의 성적 접촉이 시작될 때, 이 접촉이 태어나서 처음임을 의식한다. 처음인 척 ‘착각’을 일으키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처음’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라는 것이다. 모든 순간은 처음이다. 처음이 아닌 순간은 없다. 전에 하던 것과 비슷한 자세로 비슷한 신체 부위를 접촉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그 행위는 정말로 처음이다. 그러니 그 ‘처음’을 온전히 인식한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처음 상대의 손길이 내 몸에 닿았을 때, 처음 두 입술이 마주쳤을 때의 느낌처럼, 처음이라는 인식은 최고의 흥분을 일으킨다.
3. 나의 감각에 집중한다.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를 관찰하거나 평가하려 하지 말고, 나에게 느껴지는 감각에만 집중한다.
4. 평소에 <나의 몸 어루만지기>를 연습한다. 옷을 모두 벗고 편안히 누워서 내 손으로 나의 몸을 쓰다듬고 성기까지 모두 골고루 어루만지는 연습을 해놓으면, 두 사람이 함께 섹스할 때 최고의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자신의 몸을 꾸준히 어루만져서 모든 세포의 감각을 올올이 살려놓으면 상대가 무심히 만지거나 툭 건드려도 엄청난 쾌감을 느낀다. 잘 길들여놓은 악기에서 좋은 소리가 나는 원리와 같다.
내 뜻대로 마음껏 쓰던 나의 손길에 익숙해져서 상대가 해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확실하게 장담한다.
명상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실에 고도로 집중하는 일이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만큼 선명한 현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섹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방금 본 사람이다. 1초 전의 사람과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같은 파도는 두 번 밀려오지 않는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그리고 상대도 늘 방금 본 사람이다.
쓸데없이 다른 곳으로 가려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만 최고의 흥분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