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 장수풍뎅이 2마리를 커다란 플라스틱 채집통에 키웠었다. 푹신한 톱밥을 박차고 비상하던 장수풍뎅이는 생각 이상으로 자주 착지에 실패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거꾸로 뒤집혀 바동거리기 일쑤였다. 커다랗고 무거운 뿔은 자신의 영역을 지킬 무기임과 동시에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태생적인 한계였다. 장수풍뎅이 커플은 배를 하늘로 뒤집은 채 하늘로 떠났다. 커다란 유충 대여섯 마리를 나의 손에 남기고.
드디어 아기가 스스로 몸을 뒤집었다. 몸을 다시 뒤집기 위해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 샘솟음을 느낀다. 눈을 뜨고 몸을 뒤집기만 해도 찬사를 받던 아이는 초등학교 문턱을 통과하는 순간 12년 동안 이어지는 지독한 정량 평가의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이는 뒤집히고 싶지 않을 때 삶이 고꾸라지는 경험을 반드시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아이의 슬픈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을까. 주름이 늘었을 두 손에 무엇을 남겨놓아야 할까?
세상이 뒤집힐 땐 아이를 잡고, 아이가 뒤집힐 땐 세상을 움켜쥘 힘을 기르기 위해.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오늘도 애를 쓰고 글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