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제들은 이치를 따지기도 전에 일상에 자연스레 섞여버린다. 아이 엄마는 꽤 오랜 시간 혼자가 될 수 없었다. 열 달 아이를 품고, 다섯 달 아이를 먹이고. 오랜만에 아이를 받아준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분은 아이의 육중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의 피와 땀. 아이는 그것을 먹고 마시며 쑥쑥 자란다.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아기 엄마가 오랜만에 머리를 하러 가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아기가 다시 배고파지기까지 단 3시간. 이 짧은 시간 동안 엄마는 자유를 만끽해야 한다. 흔쾌히 다녀오라 했건만,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것이 아닌 물건을 빌려준 느낌. 굳센 여인은 조심스레 자신의 시간을 챙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