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속에서 곯아떨어진 아기에게서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나의 냄새가 같기도 하고 아기 엄마의 내음 같기도 하고. 낯설었으나 이제는 더없이 익숙한 두 향기가 만나 사랑스럽고 달짝지근한 향수 한 병이 만들어졌다. 제주 아이라서 그런지 바다의 짠 내와 푹 젖은 곶자왈의 흙내음을 은은하게 풍긴다. 요즘은 아기와 소파에 앉아 바구니에 가득히 쌓인 귤을 까먹는 상상을 한다. 우리는 또 어떤 새로운 향을 손과 기억에 묻힐까?
고이 잠든 아기의 머리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 있으면 새로운 조합을 찾는 영감에 목마른 조향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잘 숙성된 와인의 첫 마개를 따는 포도밭의 농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조향은 성공했고 숙성도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