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하루는 대체로 먹고, 놀고, 울고, 자면서 끝이 난다. 신생아 때는 아기가 왜 우는지를 몰라 밤새 발만 동동 굴렀다. 근심 많은 부모의 마음에는 멍자국이 사라지지 않는다. 100일을 훌쩍 넘긴 아기는 우는 시간보다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목적이 분명한 가짜 울음도 덩달아 늘어버렸지만. 두 돌이 지나 감정의 층위가 두터워진 아이는 슬픔의 깊이도 깊어졌는데 가끔 정말 슬프게 아이가 울 때가 있다. 겨우 아기의 울음에 내성을 길러낸 단단한 마음이 다시 물러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아기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아기 엄마와 작은 다툼이 있었다. 우리는 같은 집을 그리며 다른 재료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나와 아기엄마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바다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향한 헌신과 아집이 우리 삶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