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8할은 슬픈 소식이기에 어느 순간부터 잘 보지 않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연말을 기념하고자 들린 한 식당에서 참으로 우울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났고 아이 아빠는 아기를 품에 안고 뛰어내렸으나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부성애는 참 슬픈 단어다. 인정 욕구가 없어 보이는 아버지의 사랑은 촛불처럼 조용하고 소리 없이 타오르다 갑작스레 최후를 맞이한다. 내 삶에도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살기 위해 뛰어내려야 한다는 사실로 두 발을 설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상 이함 훈련'의 다이빙대 높이는 7m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목적지는 5m 깊이의 수영장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이보다 두 배가량 높은 아파트 4층에서 단단한 지면을 바라보며 몸과 정신을 엄습하는 공포와 싸웠던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겠지만 신은 아들의 생일에 단 하나의 목숨만을 선택했다.
연말을 맞아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던 여러 마음이 하루아침에 까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나와 아기 엄마는 고인의 명목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