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슬픈 소식을 들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났고 아이 아빠는 아기를 품에 안고 뛰어내렸지만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부성애는 참 슬픈 단어다. 인정 욕구가 없어 보이는 아버지의 사랑은 촛불처럼 조용하고 소리 없이 타오르다 갑작스레 최후를 맞이한다. 내 삶에도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해군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비상 이함 훈련'이라는 공포스러운 이름이 있었다. 5~7m 높이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 전부인 간단한 훈련이었지만, 훈련병을 가장 겁에 질리게 만드는 힘겨운 과정이기도 했다. 살기 위해 뛰어내려야 한다는 사실로 두 발을 설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 4층. 10m가 훌쩍 넘는 높이에서 8kg 남짓한 어린 피붙이를 던질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신은 크리스마스에 단 하나의 목숨만을 선택했다. 여러 마음이 하루아침에 까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나와 아기 엄마는 고인의 명목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