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재현이 불가능한 믿음은 20살이 넘어선 이후부터 꾸준히 거부해 온 타인의 생각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이러한 믿음에는 변화가 생길 여지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선하게 느끼면 아이도 선하게 되고 나쁘게 느끼면 아이도 악하게 된다."
2,000년 전에 쓰인 <열녀전>의 저자인 유향이 금은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고려해 본다면 그가 주장한 태교법이 우리 시대에 환영받지 못할 미신임이 자명해 보인다. 도끼를 침대 밑에 두면 아들이 생긴다는 유교시대의 유감주술은 재미있지만 토끼 고기를 먹으면 언청이가 태어난다는 <동의보감>의 기록은 태교가 오랜 시간 민중, 특히 여성을 통제한 무지의 도구였을 뿐이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지어질 뿐이다.
출산을 앞둔 아내의 태교는 아이보단 부부의 취향과 선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블랙핑크를 즐겨 듣는 엄마는 이어폰 한쪽을 배꼽에 끼워 놓았고, 악기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아빠는 엄마의 배 옆에 누워 신나게 카주를 불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카주를 불 때마다 아이는 발인지, 엉덩이인지, 손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뱃가죽을 쭉쭉 밀었다. 이런저런 실험 끝에 아이는 분명 '반응' 이란걸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긍정인지 부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만). 침대 위엔 둘이 아닌, 음악을 좋아하는 세 사람이 누워있었다.
아이가 기저귀 갈이대에서 터미 타임을 할 때, 가끔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뿌엥-'하고 울어버릴 때가 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는 호랑이도 곶감도 아닌 카주 소리에 울음을 뚝- 하고 그친다. 입술이 달달달 떨려올 때까지 카주를 물고 재롱을 떠는 아빠를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올려다본다. 아기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아기의 눈에선 하트가 쏟아지고 있다고.
이젠 아이가 카주를 입에 물고 거실을 우다다다- 뛰어다닌다. 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가 자기 나름의 음색을 만들고 깔깔-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요즘은 내가 어떤 존재를 향해 막연히 빌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는다. 나의 마음에도 작은 소도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