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아침에 책상에 앉아 가장 먼저 슬랙과 메일함을 확인한다. 개인 메일함까지 포함하면 밤부터 이른 아침 사이에 도착한 메일이 어림잡아 30통은 되는 듯하다. 회사 업무 메일, 구독하는 뉴스 레터, 쇼핑 광고, 고지서 등 쌓여있지만 열어보지 않고 지나치는 것도 있다. 잘 사용하지 않아 몇 년을 방치해둔 메일함을 열었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메일을 하나 발견했다. 조금 오글 거리는 일이지만 오래 전의 내가, 그 시점으로부터 약 일 년 뒤 내게 쓴 메일이었다.
안녕, 미래의 나야.
오늘 종일 고군분투하다 1시가 다 되어 퇴근한 지난 과거의 나야. 사실 오늘 야근은 네가 자초한 일이란다.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서늘하기도 했는데, 너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잘 몰라서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먹는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기도 했단다. 군것질이나 매운 음식은 조금씩 적당히 먹고 있겠지?...(생략)...
네가 첫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째가 되는 날에 축하 메일을 미리 보내. 축하해! 행복한 하루를 보내길!!
아 정말... 너무 웃었다. 늦게 들어가는 야근 길에 어른이 된 기분에 뿌듯했나 보다. 미래에게 메일을 보내는 사이트를 어디서 발견했는지. 새벽 1시에 퇴근을 하면서 왜 입사 1주년 자축 메일을 미리 보낸 것인지. 오늘날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한 감성 투성이었다.
오글거림과 부끄러움도 잠시, 작성한 일기는 다시 잘 안 찾아보게 되는데 메일은 찾지 않아도 찾아와 주니 색다른 매력이 있음을 느꼈다. 서프라이즈 선물을 발견한 기분에 먼저 반갑고, 한편으로는 과거의 내가 말을 거는 것 같아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고 해야할까. (돌아보니 한 번은 연초에 ‘올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 라고 메일을 보내고 1년이 지나가는 즈음에 잘 지냈니, 얼마나 이루었니 정신 차려 이 친구야.. 같은 메일을 받기도 했다.)
오늘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미래의 내게 행복한 메일을 보내보기로 한다. 오늘은 동네에서 아주 맛있는 삼겹살 집을 발견했고, 배 부르게 먹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순간 세상 제일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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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래의 나에게 메일을 받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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