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초등학교 5학년 때 많은 일이 있었구나!
네 아빠가 하시던 일이 잘 안되어 우리는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해야 했지. 그 집도 작은 집은 아니었지만 네가 좋아하는 아파트는 아니었어. 어린 동생은 아기라 괜찮았지만 너는 친구들이 모두 아파트에 사는 데 엄마는 네게 미안하더라. 물론 너는 주택이든지 아파트든지 개의치 않고 학교에 잘 다녔단다.
어느 날 유모차에 서윤이를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하고 있을 때 퇴근하시던 네 담임선생님을 만났단다. 네가 선생님께 주택으로 이사했으며 이사한 집이 재미있다고 얘기를 했다더라.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엄마는 환경의 변화에도 언제나 당당한 네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고마웠단다.
이 시기에 너는 네가 누리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전까지 우리는 꽤 돈을 잘 벌었고 외동딸인 네게는 누구보다 좋은 옷과 최고급 물건을 사주었지. 너도 기억할 거야. 네가 원하기만 하면 요술방망이가 요술을 부리듯 모든 것이 내 앞에 나타났지만 더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아빠의 사업실패와 외동딸로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며 지내던 내게 갑자기 두 동생이 생겨서 엄마와 아빠에게 관심 밖의 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야. 많은 것이 달라져서 네 마음이 혼란스러울 수 있었는데 엄마는 한 번도 그런 네게 그 상황을 설명하거나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네. 이런 생각도 글을 쓰면서 느꼈단다. 너를 위해 글을 쓰다 보니 그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아주 섬세하게 느껴진단다.
사랑하는 딸!
그때 너는 스스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시기였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지. 어쩌면 표현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는지도 몰라. 살다 보니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이 틀어지더라. 엄마의 삶이 행복한 드라마나 영화처럼 아름다운 장면만 펼쳐지기를 원했단다. 그러나 인생은 단맛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 쓴맛, 매운맛, 짠맛이 적당이 어우러지는 것이 삶이더라고. 엄마가 겪은 모든 것이 직접은 아니지만, 너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거야. 엄마가 힘들었던 것처럼 너도 힘들었겠지.
윤, 그래도 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때 영화같이 아름다운 장면만 추억해 주길 바란단다. 그렇지 못한 기억이라도 빛바랜 추억으로 아름다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 주면 참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