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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Sep 26. 2021

가장 행복한 날은 오늘!

가장 행복한 날은 오늘     

     

  코로나 4단계 격상 후 끊어졌던 강의가 9월 둘째주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루에 2~3개씩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 강의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한동안은 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장인처럼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신나고 감동적이나 힘들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며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빡세게 강의하던 생활이 그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쉬고 싶다니 나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피식 웃음이 난다. 

  추석 연휴 동안 친정집에 짐을 푼 후 여행을 다녔고 추석이 끝난 다음 날 올라와 바로 강의를 했다. 어제 토요일은 일이 밀려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뒹굴며 영화만 몇 편 봤다. 내 몸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예전 같았으면 힘이 들어도 무리해서 일을 마무리하고 쉬었겠지만 이제 몸이 원하는 대로 충분히 휴식하고 일을 한다. 그렇게 해도 별 무리가 없는데 왜 그렇게 애쓰면 살았는지 젊었던 내가 안쓰러워 토닥이며 위로 했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안을 어슬렁거리다 작업실로 왔다. 따뜻한 가을 햇살 속에 빛나는 나뭇잎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이 내 앞에 펼쳐져 있고 나는 그 속에 있다. 이럴 때 글이 쓰고 싶어진다. 얼른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지금, 오늘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눈을 감고 귀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작게 속삭이듯 들리는 새소리가 귀를 통해 내 몸으로 미세하게 퍼지고 바람에 일렁이며 부딪치는 나뭇잎 소리가 눈과 귀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이 순간을 행복이라는 말 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오감과 촉감까지 동원해 자연의 신비, 가을이 내 몸 깊숙한 곳까지 들어옴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다. 

  나에게 허락된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고 저녁 늦게까지 강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머리를 식히기 위해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한 편 볼 것이다.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해 있는 그 시간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을 햇살이 작은 베란다를 지나 작업장의 책상까지 진입했다. 잠시 휴식 후 강의 준비해야 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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