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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Nov 04. 2021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 받았다.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 받았다.     


  깊은 가을이 내 마음까지 들어와서 이리 설레게 만들어 놓고 왜 울긋불긋 단풍잎을 볼 수 없냐고 투덜댔다. 강의가 없는 오전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하면서 작업실 창문을 활짝 열고 앞산을 바라보는데 고운 단풍이 손을 흔든다. 가을이 온 세상을 물들여 놓았는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느끼지 못하고 가을을 탓했다.


창밖 풍광이 나를 유혹한다. 이럴 때는 만사를 제치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4월 말에 대학원생들과 대관령 현장학습 갔다가 고관절 골절 사고로 수술을 했고 그 후유증으로 중랑둘레길 산책을 멈추었다. 목발을 떼자마자 산책길에 올랐다가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중랑둘레길 걷기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수술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창밖 풍광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서 작은 배낭을 메고 앞산을 향했다. 


  

망우산 입구 계단에서부터 미치도록 가을이 느껴졌다. 10분만 걸으면 고운 가을을 만날 수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가을을 구경도 못 하고 흘려보낼 뻔했다. 아차산과 망우산 전체가 울긋불긋 고운 빛깔로 물들어 있다. 나무에 곱게 물든 채 자신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빛내는 나뭇잎도 있고, 온 힘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떨어진 단풍잎은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가을 분위기의 절정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 난 이곳에 있다. 지금 존재하는 이 찰나에 이곳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강의로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도 마음 한쪽이 서늘하고 아팠다. 깊어 가는 가을에 비례해서 마음은 더 아팠다. 흔히 말하는 가을을 심하게 탔다. 오늘 망우산 중랑둘레길에서 가을이 선물하는 자연의 축제를 두 눈에 담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나뭇잎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빛깔을 표현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온천지가 고통 속에서 자신의 빛깔을 내려고 요동치고 나는 그 파동에 무임승차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의 파동이 움직이는 대로 가을을 탄 것이다. 

   


나는 가을을 타고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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