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_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말을 더듬는 주인공은 힘든 학교 생활을 보내죠. 학교에 가며 맨 뒷자리에 앉고, 발표하는 것을 피하고만 싶습니다. 어쩌다 발표를 하면 더듬거리고 말아, 아이들의 시선에 주눅이 들어 버리죠. 발표 날, 아버지는 아이를 강가로 데려갑니다. 강물을 보라고 하며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죠.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져도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마주하며 아이는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니 더 감동적이더라고요.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에 시드니 스미스의 울림이 있는 그림이 만나 우리의 마음 속에 깊게 내려 앉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저마다 학교에서 많은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우리 아이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우리 어른들에게도 감동과 여운을 주는 멋진 그림책이랍니다.
2. 무릎 딱지_ 둘찌에겐 엄마의 죽음이 담긴 이 그림책이 아직 어렵다고 생각해서 읽어주지 않았는데, 이제 일곱살이 되어서 읽어보겠다며 어젯밤 이 그림책을 들고 왔어요.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로 시작되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그림책입니다. 표지부터 내지까지 색채도 온통 빨갛죠.
‘이렇게 빨리 가 버릴 거면 나를 낳지 말지, 뭐 하러 낳았느냐고’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에 분노와 원망을 내뿜던 아이가, 슬픔에 가득찬 아빠를 챙겨주며 시간을 묵묵히 견뎌 냅니다.
마당을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요. 그때 엄마 목소리가 들려 오죠. 아이는 엄마 목소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 끝으로 긁어 또 피를 냅니다. 아프지만,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계속 반복하게 되죠.
그런 힘든 시간 중에 외할머니가 집을 찾아와요.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아 가슴에 올려 주며 말하죠.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아.”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니까, 분명 맞는 말을 할거라고 아이는 굳게 믿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느새 무릎의 딱지는 사라지고 매끈한 새살이 돋았어요. 그렇게 아이의 마음에도 새살이 돋아났겠지요.
* 사춘기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얼마 전 방영된 EBS ‘책맹인류’ 다큐멘터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읽기의 흥미가 하락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옵니다. 그 이유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율성 침해 정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때부터 독서가 성적 향상으로 직결된다고 믿는 사회 통념으로 인해, 부모님이 학습에 관련된 책을 골라주는 일이 많아지고, ㅇ학년 추천도서 목록, 권장 도서 목록에 밀려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못 읽기 때문이랍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 되죠.
같은 학년 교사들이 머리를 모아, 우리 학년의 아이들을 위한 독서 목록을 만들고 읽게 하면, 어느새 대다수의 아이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결과를 목격하게 됩니다. 또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습 만화만 읽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흥미나 선호도에 맞는 책을 고르지 못하고, 그저 이미 유튜브 등에서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책을 쉽게 선택하죠.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라 읽어보는 경험, 그래서 책의 재미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면 아이들의 책 선택이 조금 더 쉽고 즐거운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점이 교사로서 참 안타까워, 이미 책과 멀어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그림책을 추천해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죠.
“에이, 그림책은 1학년이나 보는 거 아니예요?”
“안 봐도 백 퍼 유치하고 시시할 거 같아요.”
아이들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유아 대상의 그림책들이 시중에 많긴 하지만, 오늘 추천해드린 두 권의 그림책처럼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 분명히 존재해요.
특히, 사춘기 시기 아이들은 상처 치유, 상실, 관계, 자기 긍정, 자신감, 성장에 대한 생각이 많이 필요하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에 관해 사색할 기회를 주는 그림책들을 추천합니다. 글로, 그림으로,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 커다란 울림이나 힐링을 제공해 주고, 어떻게 나아가야하는 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감당하기 힘들 사건을 그려냈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사건이기도 한, 관계의 상실을 담담하게 그린 샤를로트 문드리크의 <무릎딱지>와 브라이언 라이스의 <망가진 정원>을 이 시기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관계에 대한 생각과 나와 타인의 적당한 거리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노인경의 <곰씨의 의자>도 추천하는 그림책입니다.
자기 긍정과 치유를 하게 만드는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샤를로트 문드리크의 <수영 팬티>, 삶의 가치와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전소영의 <연남천 풀다발>, 이순옥의 <틈만 나면>, 다니카와 슌타로의 <살아 있다는 건>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은 삶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기쁨과 실패, 아픔, 행복과 슬픔의 그 굴곡마다 그림책이 아이의 삶을 응원해주고, 단단하게 지지해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아이들은 나와 같은 상처를 입은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나보다 더 힘든 주인공을 어루만져 줄 수 있습니다. 실패를 딛고 이겨낸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고,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삶도 긍정해 줄 수 있어요.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그림책과 함께 담담하게, 때로는 울컥하게, 때로는 박장대소를 하며 삶의 여정을 씩씩하게 걸어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