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숲 속으로_ 어느날, 무시무시한 소리에 잠이 깬 주인공. 다음날 아침, 아빠는 보이지 않고, 엄마는 아픈 할머니께 케이크를 갖다 드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는 숲으로 가지말고, 멀리 돌아가라고 하는데요. 이런 이야기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아이는 꼭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숲으로 향합니다.
숲에서 아이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잭과 콩나무’,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헨젤과 그레텔’ 속 인물들이 등장해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주요 이야기보다도 둘찌는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찾으며 너무너무 즐거워했어요. 이건 11살 큰찌도 마찬가지였어서, 재미있게 그림을 찾아내고,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2.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_ 이 그림책은 늑대의 입장에서 적은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예요. 뭔가 말도 안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늑대의 이 말에 수긍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늑대가 토끼나 양이나 돼지같이 귀엽고 조그만 동물을 먹는 건, 우리 잘못이 아니야. 원래 우리는 그런 동물을 먹게끔 되어 있거든. 치즈버거를 먹는다고해서 너희를 커다랗고 고약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 되니?”
누명을 썼다고 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늑대는 마지막에 우리에게 설탕 한 컵쯤은 꾸어 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 새로 구입한 책이라 큰찌와 함께 읽었는데, 늑대의 이 물음으로 함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작은 토론을 나누었답니다.
* 그림책의 상호텍스트성
그림책도 하나의 텍스트이니만큼 텍스트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해드릴 텍스트의 속성이 바로 ‘상호텍스트성’이랍니다.
상호텍스트성이란 텍스트의 여러 속성 중 하나로,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의 ‘텍스트 요소’(text element)를 공유하는 속성을 가리킵니다. 텍스트 요소(要素)는 텍스트의 형식적 부분이나 내용적 부분을 모두 포함하는데, 형식적 부분 으로는 기호, 낱말, 문장, 문단, 텍스트, 구조, 관습, 형태 등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내용적 부분 으로는 관점, 논리, 화제, 주제, 내용, 의도, 지향 등을 포함하죠.(김도남, 2009)
<그림책을 보는 눈>(마루벌, 2011)에서 저자인 마리아와 캐롤은 상호텍스트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개념은 둘 이상의 텍스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관계를 지칭한다. 아이러니, 패러디, 문학적 암시와 비문학적 암시, 직접 인용 또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의 잘 알려진 패턴을 따는 식의 간접적 참조 등이다.’
조금은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포스트모던 그림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최근의 그림책들은 기본적으로 상호텍스트성을 그 특징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작가가 작품 의 창작 과정에서부터 패러디, 패스티쉬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명시적인 형태로 기존 작품들과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최소희 외, 2015)
어제 둘찌와 읽은 <숲 속으로>와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에도 이런 상호텍스트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먼저 존 셰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작품인데요. ‘풍자적 모방’이라고 지칭되는 패러디는 말 그대로 모방을 통해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풍자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조용훈, 2009) 이 그림책에서는 늑대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기존의 이야기를 비틀어, 원작과 다른 이질감에서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또, 앤서니 브라운의 <숲 속으로>는 패스티쉬를 통한 상호텍스트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표현 기법으로 들 수 있는 패스티쉬는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다른 원작 텍스트를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의 면 으로 편집하여 재구성하지만, 특별한 이유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동기적인 측면에서 독자의 신념 변화를 의도하지 않는다고 해요.(최소희 외, 2015) 기본 전개 방식은 ‘빨간 모자’와 비슷하고, 할머니댁에 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 속에서는 ‘잭과 콩나무’,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헨젤과 그레텔’이 등장하죠. 둘찌도 그랬지만, 아이들이 그림 속에서 이런 익숙한 이야기들의 요소를 찾으며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작품과 연결지으며 친숙함을 느끼기도 하죠. 또 이런 그림들을 등장시킨 작가의 의도를 추측해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이런 패러디나 패스티쉬 등 그림책의 ‘상호텍스트성’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원래의 이야기들을 알고 있어야 하겠죠. 저도 둘찌가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를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숲 속으로>를 읽으며 그 책도 빌려 읽어 주었답니다. 그러고나니 확실히 <숲 속으로>를 다시 읽었을 때 풍부하게 이해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상호텍스트성’과 관련해서 앤서니 브라운의 <헨젤과 그레텔>, 데이비드 위스너의 <아기돼지 세 마리>, 유설화의 <슈퍼 토끼>, <슈퍼 거북>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본래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그 친숙함과 이질감 사이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