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괴물들이 사는 나라_ 장난꾸러기 맥스의 환상적인 여행과 그리고 다시 돌아온 방에서 따뜻한 저녁밥이 기다리는 뭉클함도 느껴볼 수 있는 모리스 샌닥의 멋진 그림책입니다.
처음 이 그림책을 학부때 수업에서 만났는데,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뿐만 아니라,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는 대화에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요. 이런 말들을 그림책에 담아도 되나 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저 역시도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동심을 담은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리스 샌닥이 이 책을 펴낸 것이 1963년이니 그 시절의 미국에서도 얼마나 놀라운 전개였을까요?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우리 둘찌는 이런 ‘리얼한 대사’들에 반감이 없이 재미있게 느끼는 것으로 보아, 어른들이 생각하는 ‘동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칼데콧 상 시상식에서의 샌닥의 말은 이렇습니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렇게 그의 책에서는 이미 동심을 잃은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진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맥스의 행동을 통해서 아이들은 카타르시스,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맥스와의 그림책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기도 했던 자신의 감정을 긍정하고 대리만족도 느끼며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겁니다. 따뜻한 밥이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돌아온 맥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2. 회전목마_ 영국 현대 그림책 3대 작가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광산촌에서의 색의 결핍을 다채로운 색상의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것으로 해소하며,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대가가 됩니다.
이 책은 저번에 소개한 찰스 키핑의 <빈터의 서커스>와 같이 놀이동산이가 찾아온 마을의 아이들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일년에 한번쯤 ‘서커스’나 ‘놀이동산’이 우리 마을로 찾아온다는 것이, 언제든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가면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일이라, 읽어주는 어른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답니다. 물론 그림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예전, 다른 나라의 생활상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지만요.
환상적인 회전목마를 타고 행복했던 날이 지나고 주인공 로지는 그 해 겨울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봄, 희망을 줘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엿들은 오빠 톰의 작전이 시작됩니다. 로지의 생일을 맞아 친구들은 로지가 좋아하는 회전목마의 그림을 선물로 주고, 오빠는 작은 회전목마를 선물로 줍니다. 회전목마를 타고 싶은 로지는 꿈에 회전목마를 환상적으로 느끼고, 병이 낫게 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회전목마가 마을로 찾아오는 해피엔딩이 이루어지죠.
그럼 그 회전목마가 마을을 떠났을 때 로지는 또 낙담하게 될까요? 로지의 마지막은 <빈터의 서커스>의 스콧과 웨인 중에 어떤 스타일일까요? 마지막 장면과 <빈터의 서커스> 엔딩을 함께 비교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굉장히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 그림책 ‘그림’ 읽는 법 ?!
그림책에서 그림의 중요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친구 한 명이 그림책 작가님께 들었다며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림이 글에 담긴 내용을 설명만 해준다면 동화책이고, 그림이 글과 다른 이야기를 해주거나 글에 없는 이야기까지 전해준다면 그림책”이라고요.
이 야이기가 그림책에서 그림의 의미 전부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충분히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 상호보완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림은 글의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담을 뿐만 아니라, 글에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글과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며 전체 스토리를 확장시키기도 하는 등 그림책에서 커다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으며 글에만 집중을 한다면, 그림책을 반만 이해하게 되거나 아예 다른 의미로 오해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그림’을 반드시 읽어야 하죠.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일단 프레임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프레임은 점점 커집니다. 현실 세계에서 작게 시작했다가 환상의 세계가 되면 그림책 두 면이 한 프레임이 되기도 하죠. 이것은 함께 소개한 <회전목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판타지 세계에 대한 느낌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답니다.
또, 이야기의 진행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맥스가 항해를 할 때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을 그림이 전해주죠.
한편 <회전목마>에서는 대각선 구도가 등장합니다. 환상적인 세계에서 대각선 위로 그려지며 그림이 진행될 때 독자는 불안정함이나 도전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대각선 아래로 그림이 진행되는 페이지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림에는 시간의 흐름과 생략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초반에 맥스의 장난과 방에 갇히는 장면까지 그림과 그림 사이에는 시간이 생략되어 있음을 말해주죠. 움직이는는 주인공이나 동물을 한 페이지에 순차적으로 그려놓는 경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경우 이것을 등장인물이 많아짐으로 오해하기도 한답니다. 둘찌도 5살 무렵에 <백만 마리 고양이>를 읽을 땐 시간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고양이가 있네? 고양이가 왜 이리 많아.”하고 오해하기도 했어요.
작가마다 색채를 다양하게 쓰기도 하는 것을 이야기 해볼 수도 있어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특징인 풍요롭고 강렬한 색감은 그가 어릴 적 살았던 광산촌의 색채가 부재했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죠. 이런 작가의 경험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림책을 좀 더 풍요롭게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학원 수업 <그림책 비평> 중에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왜 괴물들이 사는 나라 표지에 맥스가 아닌 괴물 한 마리를 그려 놓았을까? 이 괴물은 그림책 속 다른 괴물들과 다르게 왜 발을 사람 발처럼 그려 놓았을까?”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저마다의 해석으로 다양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저는 그 중에 이 괴물이 맥스의 또다른 자아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들의 해석은 어떠실지 궁금해지네요.
그림책의 ‘그림’ 읽는 법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와 표지의 의미를 해석해 보기도 하고, 작품에 쓰여진 색채, 구도, 프레임의 크기의 변화를 이야기해보세요. 그리고 그림에 계속 등장 하는 작은 등장인물들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풍부한 그림책의 그림 읽기 시간을 보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우리가 작가 자신이 아니니 그 추측은 틀릴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요? 그림에 대한 해석과 추측은 어디까지나 오롯이 독자의 몫이니 말이예요.
그림책의 그림을 아이가 나름대로 읽어보려고 노력한다면 평소보다 그림책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재미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그렇게 아이의 그림책을 보는 눈이 깊어져 가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