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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Mar 08. 2024

매일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만 읽어주고 있나요?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_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초등학교 2학년 개정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한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생쥐 치과 의사인 드소토의 병원에 어느 날 이가 너무 아픈 여우가 찾아옵니다.


 드소토 부부는 치료를 해주기로 마음을 먹지만 치료가 끝나면 여우가 자신들을 먹을 거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어요. 치료를 하며 이의 상태가 나아져가는 여우의 마음도 실제로 이 생쥐들을 먹는 것으로 바뀌어가죠. 그렇다고 끝까지 이를 치료하지 않을 수는 없고, 여우에게 잡아먹힐 수도 없는 드소토 의사 부부는 어떤 꾀를 내어 이 위기를 벗어날까요?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첫찌도, 새로 읽은 둘찌도 참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내가 드소토 의사 선생님이라면 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 언덕 너머 집_ <안녕, 나의 등대>, <산딸기 크림 봉봉>, <지구에 온 너에게>로 찌자매도 참 좋아하는 작가 소피 블랙올의 신작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그림책을 펼쳐 그림을 보여주고 이 작가 누구지 아느냐고 찌자매에게 물었더니 “산딸기 크림 봉봉 작가!”라며 바로 맞히더라고요. 확실히 아이들에게 소피 블랙올만의 그림체가 눈에 익은 것 같습니다.


 이 작품도 참 멋진 그림책이예요. 실제 작가가 구입한 19세기 농가에서 만난 손수건, 드레스, 열쇠, 조개껍데기로 만든 단추 등의 재료를 겹겹이 붙이고 덧칠하는 레이어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책을 다 읽고 나서 뒷장에 실려있는 실제 사진과 그림들을 비교해보니, 더욱 더 그림이 고유의 역사를 가진 풍성한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이제는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농가에 남아있는 물건들로 살았을 가족들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만든 그림책이라 그 시절 열두 명의 아이가 있던 가족들의 생활모습을 알아보고, 느껴볼 수 있었어요. 현재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 매일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만 읽어주고 있나요?


 백희나, 이수지, 안녕달, 서현, 이지은 등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도 참 훌륭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다양한 시대와 나라에서 쓰여진 그림책,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용한 어휘와 문체가 각각 다르고, 그림체도 참 다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직접 가서 살아보기 힘든 다른 나라와 다른 시대를 그림책으로 알게되고 느끼게 되는 것이 아이들의 배경지식을 확장해주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된답니다. 어젯밤 읽은 책 중에서 <언덕 너머 집>을 통해 둘찌는 19세기 미국의 농가를 둘러보고, 12명의 아이들이 있는 가족의 생활상을 함께 느껴보았죠.


 저 역시 , 백희나, 이수지, 안녕달, 서현, 이지은, 김지안, 정진호 작가의 웬만한 그림책은 집에 다 소장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 작가들의 신작은 대부분 찾아 읽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자주 읽어주는 스테디셀러에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죠. 이렇게 10년이 넘게 우리나라 작가 위주의 그림책 육아를 하며,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요즘 그림책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신작들이 나오는데, 일부를 제외하면 보통 아이들이 좋아할만한(그림책을 선택하는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이라고 해야할까요?)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스토리, 화사하고 예쁜 색감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물론, 이런 그림책들도 필요하고  작가만의 오랜 고뇌와 작업의 결과로 탄생한 소중한 작품이겠지만,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세계,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인물, 다양한 색감, 다양한 그림체를 넓게 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학기 대학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며 그동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이수지, 데이비드 위즈너, 앤서니 브라운, 모리스 샌닥의 다양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부분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리고 찰스 키핑,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토미 웅거러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대가로 불리는 이름난 작가들도 우리들처럼 삶의 커다란 아픔을 가지고 견디며 살아왔고, 그 치유의 과정이 그림책을 통해 잘 나타나는 멋진 작품이 많았습니다. 한 작가라고 해도 그림책마다 그림체가 다른 경우도 있었고, 그림책의 첫인상보다 두번째, 세번째 만남이 더 깊이있게 느껴져 좋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도 역시 아이들에게 예쁜 색감을 담은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었더라고요. 아프고 힘든 세계, 어려운 스토리, 어두운 색감은 보여주지 않는 편이었구나,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야하는 세계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으면서,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분노와 슬픔도 느껴야하니, 이런 멋진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살아가며 마주해야 할 그 길을 먼저, 그리고  안전하게 만나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고 깊이있어질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찾지 못하는 것도 아이들은 책에서 찾아내고,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 등장인물을 연결하며 풍요롭게 자라날 겁니다.


 엄마의 주선으로 약간은 억지스러운 첫만남을 했다고 해도, 두번째와 세번째는 자신이 스스로 손을 내밀어 그림책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답니다. 이번 겨울 11살이 된 큰찌가 앤서니 브라운을, 7살 둘찌는 에르베 튈레를 그렇게 만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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