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숲 속으로_ 이번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 다른 선생님의 발제로 처음 만나게 된 그림책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웬만한 그림책은 소장하고 있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책은 놓쳤더라고요. (이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무서운 밤이 지나고 아빠가 사라지고, 아픈 할머니께 케이크를 가져다 드리라고 하는 엄마의 제안으로 시작되는 모험과 그 과정이 두근두근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 여정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며, 아이들도 도전하는 용기를 가지고 함께 성장할 수도 있죠.
이런 기본 스토리나 그에 담긴 의미, 얻을 수 있는 가치 이외에도 이 그림책은 ‘그림책의 상호텍스트성’을 잘 보여주는 너무 좋은 작품입니다. 상호텍스트성이란 텍스트의 여러 속성 중 하나로,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의 ‘텍스트 요소’(text element)를 공유하는 속성을 가리키는데요.
이 책에서는 아이의 모험에서 잭과 콩나무, 골디락스,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 다양한 텍스트가 그림과 글로 녹아있거든요. 이런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아이가 풍부하게 배경지식을 확장하며, 더욱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찌자매도 숨어 있는 그림들과 이야기를 찾으며 참 즐거워 했던 어젯밤이었어요.
2. 헨젤과 그레텔_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이야기를 앤서니 브라운이 특유의 감성으로 그림을 그려 풍부한 의미와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예를 들어 글에는 등장하지 않은 그림 속의 새 엄마의 옷차림과 앉아 있는 의자 등으로 좀 더 풍성하게 의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올 때 타고 왔던 것은?
: 어떤 축약본 그림책을 읽힐 것이냐 하는 문제
얼마 전 사석에서 한 교수님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올 때 뭘 타고 왔는지 아세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답니다. 분명 어릴 때부터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이야기를 적어도 열 번 이상은 읽었거나 미디어로 보았던 것 같은데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거든요.
제 기억에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집을 떠날 때의 과정 뿐 아이들이 돌아오는 여정은 굉장히 짧게 남아있더라고요. 그것도 그림의 이미지가 아닌 글의 이미지 뿐이었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행복하게 살았어요.‘ 처럼 굉장히 축약된 글로 말이죠.
다시 그 질문을 받은 상황으로 돌아가보자면, 그 때 제 옆에 앉은 친구는 “오리요!”하고 바로 대답을 하더라고요.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원래는 몰랐다가 얼마 전 대학원 수업에서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그 친구도 저도 놓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대화로 느낀 것이 있답니다.
우리가 널리 알려진 긴 이야기를 처음 아이에게 접하게 해주는 방법인 ’축약본‘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지요.
지금까지는 믿을만한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와서,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 팝업북 등 재미 요소가 있어서 정도로 아이에게 축약본을 골라주었는데, 그 정도로는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앤서니 브라운의 <헨젤과 그레텔>은 앞서 말한 이 ’오리‘ 장면도 등장하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장면을 어떻게 그릴까, 하는 것이 작가마다 다르게 발현되는 부분일텐데, 이 책에서 앤서니 브라운이 인기있는 옛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자신만의 감수성을 더해 그렸다는 점이 또 가치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렵고 긴 이야기를 소개해 주기위해 그림책 축약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많죠. 그럴 때 원작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 작가만의 생각으로 특유의 감성을 그림으로 잘 드러낸 그림책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책을 골라주는 엄마(아빠)가 원작을 어느정도는 잘 알고 있어야겠죠? 그래서 저도 이미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들 중에 제가 축약본으로만 접했던 작품들을 다시 원작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