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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독서 환경부터 점검해 보세요.

엄마표 독서교육 준비를 위해서는

by 릴리포레relifore

먼저 독서 환경부터 점검해 보세요.

지금까지 어려운 내용들이 있었을 텐데 잘 따라오신 여러분 감사하고, 또 환영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엄마표' 동화책 교육을 시작해 볼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엄마표'라고 쓰여 있다고 엄마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하는 교육을 총칭하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저도 쓰고 있지만, 아빠나 할머니 등 아이를 직접 키우고 계신 양육자분들 모두를 포함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지금 아이에겐 여러분이 제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자 그럼 거두절미하고, '엄마표' 동화책 교육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따라오기 쉬우시도록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아볼게요.

유아 시기라면 그림책, 초등 시기라면 동화책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팁은 바로 가정의 문해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려면 우선 집 안에 가득 찬 달콤하고 열량 높은 간식들부터 치우는 것이 필요하겠죠?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한다면 포스트잇에 영어 단어를 써서 집 안 곳곳에 붙여 주는 것이 계속 노출을 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지고 손을 뻗어 책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집 안 곳곳에서 책을 볼 수 있어야 해요. 이때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손 가까운 곳에 있다면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먼저 시선이 가지 않을까요?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스마트 기기는 조금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책꽂이에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이 많이 있는 것도 중요해요. 책값이 상당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집 근처 도서관을 활용해 보세요. 제가 가는 도서관에서는 1인당 10권씩 3주까지 읽을 수 있게 빌려주거든요. 가족 모두 대출증을 만든다면 가족 x10권을 한 번에 빌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입하고, 빌린 아이의 동화책을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 두세요.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책을 아이의 동선에 무심히 놓아 보는 것입니다. 책은 꼭 책장에만 꽂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외로 책꽂이에는 책등만 보여서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자주 앉는 소파 근처, 쉴 때 찾아가는 침대 근처에도 눈길이 갈만한 책을 몇 권씩 놓아 보세요. 부담 없이 한 두권 정도, 꽂아 두지 말고 쓱 올려두면 됩니다. 책의 겉표지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그림들이 아이의 시선에 들어온다면 책꽂이에서 책 제목만 읽었을 때보다 손이 갈 확률이 크게 높아진답니다.


두 번째 팁은 아이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격려하고, 요구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이 쓴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도 관련된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리니와 헤거티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는 5학년 학생의 부모 중 73%가 특정한 책을 읽도록 장려하는 반면에,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의 부모는 44%만이 독서를 장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먼은 학생들이 책 읽기에 몰두하는 시간과 부모의 격려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저도 두 아이의 그림책 읽어 주기를 어느 정도 마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이것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부모가 신경을 써서 아이에게 책을 읽을 것을 권유했을 때와 일상의 바쁨 등의 이유로 책에 관해 소흘 해졌을 때 아이가 책을 집어 드는 비율이 현저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이런 상관관계는 초등학교 현장에서도 많이 경험할 수 있어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나 책을 추천하는 이야기를 한 이후에는 아무래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학생들이 늘어납니다. 독서 교육에 신경을 쓰는 교사들이 관련된 언급이나 활동을 많이 할수록 정말 아이들이 책을 읽는 비율이 늘어나죠. 그래서 크라센도 같은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함께 전합니다. "램(Lamme)은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도서관 이용을 권장하면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도 더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고 말이죠.


또 다른 유명 독서교육 관련 책인 <하루15분 책읽어주기의 힘>에서 짐 트렐리즈도 '이는 닦으라고 하면서 왜 책은 읽으라고 하지 않을까?'라며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강제로 아이에게 이를 닦게 하거나, 방 청소를 하게 하거나,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이런 일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런 일들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하도록 인도하는 게 훨씬 좋은 줄은 알지만, 때때로 그럴 만한 시간도, 선택의 여지도, 인내심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왜 부모들은 이 같은 논리를 읽기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이에게 섣불리 책을 읽으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혹시나 강요로 인해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할까 봐'라는 걱정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이 책 읽으라고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은데, 막상 집에서 양육자가 책 읽기를 권유했다가 혹시나 아이가 책과 더 담을 쌓게 되진 않을까?'하고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트렐리즈의 이 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강요'라는 단어보다는 '요구'라는 단어가 더 좋은 표현이다. 거의 모든 아이에게 학교에 다닐 것을 요구하고, 차를 운전하는 모든 어른에게 규정 속도를 지킬 것을 요구하지만, 이 '요구 사항' 때문에 그 대상을 혐오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 요구 사항에서 가시를 빼내는 방법은, 그것이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 마침내 즐거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책읽어주기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요구하지 않아도 권유 만으로 책을 즐겁게 읽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이의 경우 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요구를 해야 합니다. 이건 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정에서 두 아이를 키워 본 실제 제 경험이기도 하거든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브로콜리나 파프리카, 오이 등 채소를 억지로라도 먹이는 일이 많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그 채소 중 하나를 싫어하다가 맛을 보고 거부감이 덜해지고, 점차 익숙해지는 일이 생깁니다. 가끔은 아이의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칭찬도 해 주죠. 그러다 보면 싫어했던 채소 중 하나를 좋아하는 일도 생깁니다. "엄마, 나 오이는 좋아해." 하며 먹는 모습에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시죠?


그러니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처럼 다채로운 색과 소리로 아이의 오감을 사로잡지 못하니, 어느 정도는 힘들더라도, 싫더라도 책을 꾸준히 접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지 "어? 생각보다 이 책은 재미있네?" 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책 권유로 아이가 책에 대한 애정을 거둘까 봐 전전긍긍하는 대신 자신 있게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유해 보세요.


우선 할 일은 아이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동화책을 여러 권 구입하거나 빌려서 아이 손 닿는 곳에 놓아두고 그중에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겁니다. 이때 책 읽기 시간을 함께 정하고 그 시간은 무조건 책을 읽도록 지도하시면 됩니다. 앞 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3, 30 지도법'으로 고른 3권 중에 한 권은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하고, 한 권당 최소 30페이지는 읽어보고 끝까지 읽을지 말지를 선택하게 지도해 주세요. 이 규칙으로 아이가 책 한 권이라도 완독을 해보아야 읽기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초기에 책 읽기에 자신감이 붙고, 재미있는 책을 찾을 수 있어야만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과 추진력이 생깁니다.


이때 양육자분들은 아이에게 책 읽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아이가 책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책을 읽다가 책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독서와 맞닿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도 필요하거든요. 그러니 독서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푹신한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서 편안하게 책을 보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또 좋아하는 간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독서하는 시간이 힐링이 되거나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더 세부적인 팁들은 다음 연재에서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앞서 소개했던 짐 트렐리즈의 한 마디를 인용하는 것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의무적으로 읽히는 일이 그래도 꺼림칙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즉 아이에게 강제로라도 이를 닦게 하고 방을 치우게 하면서 책은 읽게 하지 않는 것은, 위생과 집안일을 아이의 두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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