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독서하는 가족이 아이를 자발적인 독자로 만들어 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두 아이 모두 그림책 육아를 하던 저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아이의 동화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1학년 담임 선생님의 덕인지, 알아서 줄글책인 동화책의 세계에 입문을 한 뒤에 줄곧 학교에서 다독상을 받으며 열심히 책을 읽어나갔어요. 그런데 둘째 아이는 제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 외에 혼자서 동화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워킹맘이라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독서에 대해 권유만 했을 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더니 확실히 스스로 동화책을 읽지 않더라고요. 어느새 책을 잘 읽던 큰 아이마저 하교 후 열심히 교과 공부를 한 뒤에 찾아오는 여가 시간에 책을 집어드는 대신 TV를 보고 싶어 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책 읽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읽으라고 권유를 가장한 잔소리를 해 봐도 결국 결과는 같았어요.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부딪혔습니다. 마침, 그때 예전에 읽었었던 김정은, 유형선 작가의 '오늘, 가족 독서를 시작합니다'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13년째 하루 한 시간 가족 독서를 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가족 독서를 하면 좋은 점에 대해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꼽고 있어요.
가족의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간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자녀의 자립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특히 양육자가 잠자리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는 초등 저학년 시기에 가족 독서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가족 독서 시간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시기가 그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는 아이가 거부할 수도 있어 강제로 하게 될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제 큰 아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가족 독서의 중요성과 좋은 점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성공할 수 있었답니다.
저희 가족은 자기 전 30분씩은 가족 독서를 하고 있어요. 아이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이 기존의 루틴과 달라져서 적응이 좀 필요할 수 있는데, 자기나 동생만 책을 읽는 강요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도 책을 읽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책 읽기가 싫어질까요? 양육자가 여가 시간에 책 대신 디지털 기기를 든다는 것은 확실히 책보다는 디지털 기기로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방증이 되겠죠. 하지만 엄마와 아빠도 책을 보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아이도 책을 들게 됩니다. 역시 어른이 먼저 본보기를 보여야 교육이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 나서 달콤한 '드라마 시청'이나 '유튜브 시청'을 하고 싶어지는 유혹을 참아내는 것이 다이어트만큼이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능동적인 독서가'라는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눈 딱 감고 도전해 보기로 했지요.
이렇듯 부모가 독서의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국어 습득 이론과 읽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티븐 크라센 교수는 그의 책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더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모로우와 뉴먼의 연구에서 부모가 여가시간에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자녀가 독서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모가 독서에 별 관심이 없으면 자녀들의 독서량도 많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죠.
또, 미국의 유명한 독서 운동가 짐 트렐리즈가 쓴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 보면 아버지의 독서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버지가 육아에 관여할수록 교육적 성취가 높아진다고 밝히며 특히 남자아이에게 남자 어른의 독서가로서의 역할 모델 제시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린다 제이콥슨은 "왜 남자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화적 이유가 더 클 수 있다고 암시하며, 많은 남자아이에게 책을 읽는 남성 역할 모델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그녀는 이렇듯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동기의 부족으로 인해 남자아이들이 즐거움을 위해 책을 집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로 아버지들은 아이의 학습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자신감을 읽고, 종종 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미룬다.'
그러니까 결국 아버지는 아이의 독서 욕구와 독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자아이라면 가장 중요한 남성 역할 모델인 아버지가 책 읽는 모습을 볼 때 동기를 얻는다고 하고, 여자 아이이라고 해도 아버지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며, 엄마와는 다른 책을 읽고 또 다른 방식으로 읽는 모습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오늘부터 저녁 시간 즈음
'가족 독서 시간'을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양육자가 그림책을 소리 내서 읽어 주시고, 아이가 스스로 읽을 수 있다면 가족 구성원이 모두 자신의 책을 선택해서 일정시간 동안 읽어 보는 겁니다.
같은 책 한 권을 온 가족이 함께 읽은 뒤 간단한 토의를 나눌 수도 있겠지만, 같은 시간 동안 각자 자신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문화 형성과 자발적인 독자로서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엄마, 아빠가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숙련된 독서가의 행동 양식을 배워나갈 수도 있고 독서 동기가 높아지며, 아이가 약간은 억지로 그 시간에 참여하더라도 어느 순간 몰입해서 나만의 '최애' 책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