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훑어 읽기에만 멈춰 있는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이나 문해력에 대해 학부모님들께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 아이가 대충 읽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너무 빨리 읽어요.", "책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면 답을 못해요."와 같은 이야기도 많이 들려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읽기의 방법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요?
독서교육 연구자이자 전문가인 김은하 작가는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에서 캐나다 캘커리 대학의 마이자 맥클라우드 교수가 정리해 놓은 읽기 방식을 인용하며 여러 가지 읽기 방식에 대해 정리하고 하였습니다.
-정독: 집중하며 좁지만 깊게 읽기
천천히 읽기, 반복 읽기
시, 촘촘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철학서, 인문 고전)
-다독: 폭넓게 읽기, 얕지만 넓게 읽기
길고 쉬운 글, 즐거움을 위한 독서
-훑어 읽기: 배움을 위한 읽기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 찾기, 역사책에서 연도나 인물 이름 확인하기, 서가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한 읽기 방식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이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 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신문 기사를 읽을 때나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 재미있다고 추천받은 소설책을 읽을 때 모두 읽는 속도와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다릅니다.
그런데 왜 양육자분들은 자녀 독서에서 정독을 우선으로 바라시는 걸까요? 답은 아마 시험에 있을 것입니다. 학교 시험, 수능 시험에서 국어를 바라볼 경우 대충 읽어서는 등장인물이나 시대 상황, 등장인물이 처한 환경, 등장인물이 한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시 하나 문학작품 하나도 깊게 줄을 치며 숨은 뜻을 모두 파악해서 읽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깊이 있게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충 읽어 나가는 독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이야기 책을 빠르게 읽는 경우 우리는 큰 줄거리를 따라 읽어나가며 모르는 단어가 등장하더라도 문맥을 따라 유추하게 됩니다. 꼼꼼하게 짚어 읽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은 잊어버리는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읽으면서 계속 나오는 어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맥을 통해 익히고 실제 상황에서 맥락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재미있는 글을 즐겁게 읽으니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 읽을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읽기 방식은 점점 더 읽기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이렇게 발달된 읽기 능력을 바탕으로 꼼꼼하고 깊이 있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결국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읽기 방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번 훑어 읽거나 대충 읽기만 하는 경우, 매번 집중하며 느리게 읽는 경우 모두 다른 읽기 방식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대충 읽기도 시작하지 못한 경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고 읽어보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보통 그림책이나 동화책처럼 아이 수준에 맞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이 좋습니다. 아이가 읽은 책을 또래 친구와 교환해서 읽거나 가족에게 추천해 주는 것, 가족독서 시간을 활용해서 책 읽기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편, 어려운 책을 무조건 꼼꼼하게 읽는 것이 좋다는 오개념을 가진 아이의 경우 힘을 빼는 흥미 위주의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초등 필독서를 읽는 숙제를 내준다거나 독서 학원에 다니는 경우 이런 오개념에 빠지는 상황이 있는데, 그럴 때는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는다거나 수준이 조금 낮더라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림책, 동화책을 아무 조건없이 읽어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냥 재미를 느끼며 힘을 빼고 읽어 보는 거죠.
또, 책에 흥미를 가지긴 했지만 너무 대충 읽기만 한다거나 다독을 하지만 깊이 없는 독서만 하는 경우는 정독을 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는 한 권의 책을 또래나 부모님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거나 기록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친구와 함께 읽는 독서 동아리 활동이나 자매, 남매와 한 권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하면 좋습니다. 어려운 경우는 양육자와 함께 이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무조건 적인 질문은 책에 대한 흥미, 독서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엄마는 이 부분을 읽고 ~ 생각했는데 넌 어땠어?"처럼 문제나 시험 같지 않은 대화가 필요하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제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르게 말하거나 내용을 틀리게 말했을 경우 아이가 "아닌데!" 하며 즐겁게 더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고쳐 주더라고요. 그 이후로 일부러 슬쩍, 틀리게 말을 꺼내며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는데 이 방법도 한 번 사용해 보세요~
기록하는 활동의 경우에는 짧은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꾸준히 모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처음에는 간단한 시중의 독서통장이나 독서 기록장으로 시작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자신만의 줄 없는 공책에 마인드맵을 하듯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어떤 틀에 갇히고, 매번 10줄 이상을 써야 하는 압박이나 숙제로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은 바람직한 읽기의 방법은 읽기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숙련된 독서가의 경우 한 가지 읽기의 방식으로만 글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우리 아이들도 다양한 읽기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아, 그리고 덧붙여 한 가지만 다시 말씀드리고 싶어요. 양육자분들이 원하시는 "꼼꼼하게" 읽는 독서 방식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먼저 책의 재미를 알아가고 완독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것이 필요하답니다. 아이 수준에 적절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아이 독서 교육을 열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