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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Dec 08. 2021

딸세권에 살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은 안되지만, 딸기밭은 가까운 우리집



딸기 좋아하세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봄 과일로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겨울의 제철과일이 되어 버린 딸기입니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딸기가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가,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마트에 갔다가 딸기가 과일 매대에 있으면 이제 딸기가 나오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정도였죠.


그런데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는 딸기시즌을 기다리고, 그 시작부터를 제대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딸세권에 살고 있거든요.


슬리퍼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거리에 딸기밭이 다섯 군데는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집 앞 근처에 지갑을 들고 나가서 무언가를 살 곳은 많잖아요. 편의점, 문구점, 과일가게 등등.

저희집은 지갑을 들고 걸어가 무언가를 살 수 있는 곳이 딸기밭 밖에 없어요. 참, 재미있죠.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잠잠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딸기밭에 차가 하나 둘 들어오고, 저녁과 밤에는 장식된 조명이 환하게 켜 있는 딸기밭의 딸기 시즌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올해도 드디어,
기다리던 딸기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가족끼리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딸기밭에 불이 켜진  보고 반갑게 들어가서 딸기를 사기로 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지금 먹는 딸기가 제일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먹어서 그런지 정말 달콤하고 향긋하게 느껴졌습니다.


딸기를 사면, 맛 보기용으로 딸기를 몇 개씩 주시는 딸기밭도 있지만, 상추나 시금치를 서비스로 주는 딸기밭도 있어요.

이런 후한 인심이 살아있는 곳이라, 오랜만에 딸기를 만나게 되는 기쁨에,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집니다.



딸기를 세 바구니 사서, 하나는 친정, 하나는 시댁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갓 나온 올 겨울의 첫 딸기선물이라니,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참 행복해지는 선물입니다. 딸기를 받는 사람들이 ‘올해 처음 먹어보는 딸기네!’, 라며 행복해질 것 같잖아요. 그런 상상만 해도 주는 사람은 참 흐뭇해집니다. 올 겨울 서로의 첫 추억으로 자리잡을 딸기 선물입니다.


이제는 저도 한아름 딸기를 씻고, 자리에 앉아 제대로 딸기를 맛보기로 해요.


이 얼마나 오랜만에 먹는 딸기인지.

여름에 처음으로 수박을 먹는 일처럼,

겨울에 첫 딸기를 맛보는 일도 참 두근두근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철과일이 아닌데도 마트에 자리잡고 있는 과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제철에 먹는 그 맛과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또, 맛도 맛이지만, 딱 그 시기에 제철 과일을 처음으로 한 입 베어물면, 그 계절만의 추억을 갑자기 불러 일으키는 마법이 펼쳐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거 아세요?

딸기밭에서 갓 사온 딸기는 딸기꽃의 향이 난다는 것.

달콤하다 보다도 향긋하다,라는 느낌에 더 가까운 딸기 맛입니다. 확실히 마트에 오래 진열된 딸기랑은 차원이 달라요.



딸기는 그냥 먹어도 참 맛있지만,

요 근래 유행하는 생딸기우유를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딸기를 시럽이나 설탕을 넣고 대충 으깬 뒤, 우유를 부어 섞으면 우리집 시그니처, 싱그러운 딸기 우유가 완성 됩니다.

달콤 상콤하고 싱싱한 생딸기우유의 맛.

이 것도 딸기 시즌에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벌써 이 딸기밭 근처에 살게 된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내년 봄, 딸기가 좀 싸질 때에는 딸기를 왕창 사다가 딸기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생각만 하다 그 시기를 놓쳐 버려서 꼬박 일년을 기다렸거든요.


그냥 먹는 딸기도 맛있고,

생딸기우유도 맛있지만,

싱싱한 딸기로 만든 정성가득한 딸기잼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그 상큼달콤, 그리고 향긋한 딸기잼으로 딸기 시즌을 마무리할 그 날을 기다리며, 올해의 딸기들을 열심히 즐겨봐야겠습니다.


또 다른 겨울 간식인 붕어빵도 좋아하는 저는 붕세권인 여러분들이 가끔 부럽게도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은 이 딸세권에 있는 우리집이 너무 좋아요.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쭉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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