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은 안되지만, 딸기밭은 가까운 우리집
딸기 좋아하세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봄 과일로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겨울의 제철과일이 되어 버린 딸기입니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딸기가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가,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마트에 갔다가 딸기가 과일 매대에 있으면 이제 딸기가 나오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정도였죠.
그런데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는 딸기시즌을 기다리고, 그 시작부터를 제대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딸세권에 살고 있거든요.
슬리퍼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거리에 딸기밭이 다섯 군데는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집 앞 근처에 지갑을 들고 나가서 무언가를 살 곳은 많잖아요. 편의점, 문구점, 과일가게 등등.
저희집은 지갑을 들고 걸어가 무언가를 살 수 있는 곳이 딸기밭 밖에 없어요. 참, 재미있죠.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잠잠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딸기밭에 차가 하나 둘 들어오고, 저녁과 밤에는 장식된 조명이 환하게 켜 있는 딸기밭의 딸기 시즌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올해도 드디어,
기다리던 딸기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가족끼리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딸기밭에 불이 켜진 걸 보고 반갑게 들어가서 딸기를 사기로 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지금 먹는 딸기가 제일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먹어서 그런지 정말 달콤하고 향긋하게 느껴졌습니다.
딸기를 사면, 맛 보기용으로 딸기를 몇 개씩 주시는 딸기밭도 있지만, 상추나 시금치를 서비스로 주는 딸기밭도 있어요.
이런 후한 인심이 살아있는 곳이라, 오랜만에 딸기를 만나게 되는 기쁨에,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집니다.
딸기를 세 바구니 사서, 하나는 친정, 하나는 시댁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갓 나온 올 겨울의 첫 딸기선물이라니,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참 행복해지는 선물입니다. 딸기를 받는 사람들이 ‘올해 처음 먹어보는 딸기네!’, 라며 행복해질 것 같잖아요. 그런 상상만 해도 주는 사람은 참 흐뭇해집니다. 올 겨울 서로의 첫 추억으로 자리잡을 딸기 선물입니다.
이제는 저도 한아름 딸기를 씻고, 자리에 앉아 제대로 딸기를 맛보기로 해요.
이 얼마나 오랜만에 먹는 딸기인지.
여름에 처음으로 수박을 먹는 일처럼,
겨울에 첫 딸기를 맛보는 일도 참 두근두근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철과일이 아닌데도 마트에 자리잡고 있는 과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제철에 먹는 그 맛과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또, 맛도 맛이지만, 딱 그 시기에 제철 과일을 처음으로 한 입 베어물면, 그 계절만의 추억을 갑자기 불러 일으키는 마법이 펼쳐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거 아세요?
딸기밭에서 갓 사온 딸기는 딸기꽃의 향이 난다는 것.
달콤하다 보다도 향긋하다,라는 느낌에 더 가까운 딸기 맛입니다. 확실히 마트에 오래 진열된 딸기랑은 차원이 달라요.
딸기는 그냥 먹어도 참 맛있지만,
요 근래 유행하는 생딸기우유를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딸기를 시럽이나 설탕을 넣고 대충 으깬 뒤, 우유를 부어 섞으면 우리집 시그니처, 싱그러운 딸기 우유가 완성 됩니다.
달콤 상콤하고 싱싱한 생딸기우유의 맛.
이 것도 딸기 시즌에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벌써 이 딸기밭 근처에 살게 된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내년 봄, 딸기가 좀 싸질 때에는 딸기를 왕창 사다가 딸기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생각만 하다 그 시기를 놓쳐 버려서 꼬박 일년을 기다렸거든요.
그냥 먹는 딸기도 맛있고,
생딸기우유도 맛있지만,
싱싱한 딸기로 만든 정성가득한 딸기잼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그 상큼달콤, 그리고 향긋한 딸기잼으로 딸기 시즌을 마무리할 그 날을 기다리며, 올해의 딸기들을 열심히 즐겨봐야겠습니다.
또 다른 겨울 간식인 붕어빵도 좋아하는 저는 붕세권인 여러분들이 가끔 부럽게도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은 이 딸세권에 있는 우리집이 너무 좋아요.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쭉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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