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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Dec 24. 2021

눈 오는 날, 전원주택에서는

해야하는 일과 즐길거리


지난 주말 아침, 일어나보니 눈이 쌓여 있네요.

밤 사이 꽤 눈이 내린 모양입니다.

이런 날엔 가족들 모두 일어나면 바로 옷을 두툼하게 껴 입고 마당으로 나갑니다.

눈 쌓인 마당의 풍경은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워요.

그런데 이 눈 쌓인 풍경을 오롯이 즐기려면, 일단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남편은 블로워를 들고 출동했습니다. 차와 길가에 쌓인 눈을 날려버리려고요.


아이들은 벌써 눈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선물받은 눈오리틀로 눈오리를 만들고 있네요.

렇게 눈내린 풍경과 어울리는 눈오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넉가래를 들고나가 동네 길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빗자루질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눈을 치우는 일을 시작하는 이유가 뭐냐면요.

다른 이웃분들이 워낙 부지런하셔서 저희가 조금만 늦게 오면 이미 눈이  치워져 있기 때문이예요.

말로만 감사한 것도 한두번이지, 생색도 내지 않고 동네의 궂은 일을 먼저 시작하시는 이웃분들이 많으셔서, 저희도 이렇게  쌓인 날이면 최대한 일찍부터 일을 도우려고 한답니다.

사실 저희 동네 차도는 햇빛이  들어서 금세 녹아요.  날도 이웃분들과 열심히 눈을 치웠는데, 오후가 되니까 언제 눈이 쌓여 있었냐는 듯 녹아버렸답니다.

그래도 동네분들과 인사를 하며 눈을 치우는  겨울의 즐거운  중에 하나라 기분좋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면 추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잖아요. 기분마저 상쾌해지기 때문에 오랜만에 몸을 써서 하는 일의 즐거움을 느낄  있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과 정원 일이 있지만, 겨울은 정말 전원주택이라고 해도  일이 그디지 많지 않거든요. 이럴 때라도  흘리는 즐거움을 느껴야 해요.


어느 정도 땀을 흘리고나자, 주변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확실히 도시와는 다른 시골의 설경입니다. 주변이 확 달라져 보여요.

늦가을을 지나며 초록의 색을 잃어버린 산과 나무가 한순간 눈부시게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느낌이예요. 평화로우면서도 신비한 눈 내린 산의 풍경입니다.

밤나무 가지에 아직도 밤송이가 달려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이렇게 소복이 눈이 쌓이고 나니까 밤나무 꼭대기에 달린 밤송이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와요. 확실히 요즘, 겨울 풍경을 눈으로 담는 일이 많지 않았나 봅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눈이 제법 내린 날에야 동네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다니요. 계절을 즐기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로 다짐했는데도,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다보면 또 놓쳐버리고 맙니다.


이번엔 저희집 크리스마스 트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집 소나무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들을 달아 놓았는데, 눈이 쌓이고 나니까 정말, 진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마당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놓았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일반적으로 집에 꾸며 놓는 플라스틱 트리랑 느낌부터가 다릅니다. 진짜 나무와 진짜 그것만이 주는 크리스마스 감성이 최고예요.

눈이 오고 나니, 크리스마스 시즌의 감성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이런 , 저희 집의 가장 자랑거리, 최고 즐길거리가 뭔지 아세요?


바로, 눈썰매입니다!




눈으로 풍경을 오롯이 즐겼다면, 이젠 몸으로 즐길 차례입니다.

일년동안 우리를 기다린 눈썰매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 반갑네요.


저희집 옆에 산이 바로 붙어있거든요.

이 한적한 산이 저희의 프라이빗한 눈썰매 코스입니다.

낙엽이 쌓여 있고 완만한 구간이 있고, 나름 경사진 코스도 있어요. 작년에 어른들은 경사진 코스에서 스릴을 맘껏 즐기기도 했지만,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완만한 구간을 택했습니다.

이제 둘이서 제법  타네요. 남편은 위에서 저는 아래에서 안전요원 역할을 해줍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겨울을 마음껏 즐깁니다. 신나게 내려왔다가, 다시 걸어올라가고, 또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 춥다고 나올까 말까 하더니 이제는 재미있다고, 덥다고 아우성이네요.

콧물나는 지도 모르고 땀흘리며 신나게 눈썰매를 즐기는 아이들과 한참을 놀다보니 이제 좀 쉬어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그럼 이제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어요. 며칠 전에 사놓은 아귀포도 불에 구워 먹으니 더 바삭하니 맛있더라고요.

아이들은 따뜻한 유자차를 한 잔씩 타주고요.



이렇게  오는 날의 전원주택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눈으로도 오롯이 겨울 풍경을 즐기고, 눈을 치우고,

아이들과 눈놀이를 하고 눈썰매를 타며 눈을, 이 겨울을 즐깁니다.

텃밭과 정원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고요한 계절에도 전원주택의 할 거리, 즐길 거리는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우리의 겨울 추억이 익어 갑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남은 겨울의 하루 하루를 또 고대해봐요.



어느덧 크리스마스 전날이 되었네요.

모두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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