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꾸미기와 봄 즐기기
지난 일요일, 지루하게 긴 봄비가 내리던 날들이 지나고, 반짝 해가 떴어요.
흐린 날씨가 오래 지속되니 몸도 찌뿌둥하고 마음도 우울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만난 따뜻한 봄 햇살과 파란 하늘을 보니, 묵은 때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때쯤 코로나 자가격리가 끝나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 어느때보다 봄 햇살이 그리웠던 날들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 날.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정원 경계석 셀프 시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토목코리아에서 미리 사둔 현무암 사구석을 먼저 카트에 하나 가득 싣고 정원으로 왔어요.
사실 거창하게 말해서 셀프 시공이지, 별 다른 건 없습니다. 미리 그려 놓은 금에 맞춰 흙을 파내고 평평하게 돌을 잘 넣으면 되는 거죠.
그런데 평평하게 작업을 하는 일이 나름대로 어렵더라고요.
돌 윗쪽 라인을 비슷하게 맞추고, 맨 앞 라인도 비슷하게 맞추는 일에 오래 공을 들였습니다. 하다가 안되면 다시 파내고, 다시 돌을 넣는 일을 반복했죠. 손 끝이 아리고, 허리가 아플 만큼요.
그 무렵, 마당에서 놀던 큰찌와 둘찌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저를 도와주러 왔어요.
큰찌는 자전거에 돌을 싣고 오고, 둘찌는 저렇게 행잉화분에다가 하나씩 돌을 넣고 옮겨주었습니다.
사실 제가 빨리 가서 우르르 싣고 오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찬찬히 기다려 줍니다.
그 사이에 정원에 미리 심어둔 라넌큘러스를 보러 갔어요.
모종으로 왔을 때보다 봉우리가 훨씬 커진 라넌큘러스. 곧 꽃망울을 톡, 터트려 줄 것 같습니다.
이미 활짝 핀 꽃들을 즐기는 일도 멋지지만, 이렇게 꽃이 언제 필까 기다리는 일도 참 즐겁습니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멋진 불꽃놀이를 보는 일이랑 비슷해요. 불꽃놀이의 시작을 고대하며 설레어하고,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일, 그리고 또 다음 불꽃은 어떤 모양으로 하늘에서 퍼져 나갈까 기다리는 일. 그런 일련의 과정과 멋지게 닮아 있습니다.
제가 정원 경계석을 세우는 동안 남편은 퇴비를 텃밭에 붓고 섞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것도 봄을 준비하는 일 중 하나, 입니다.
텃밭에 작물을 심는 일은 4월 중하순에나 가능해서, 그 전에는 여름날의 풍성한 수확을 생각하며 미리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 계획을 세우고 미리 텃밭을 갈아 놓아야 하죠.
텃밭을 정비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계획하는 일 모두 이 시기에 하는 두근거리는 봄 준비랍니다.
참, 요즘 저희집에 윗집 마당냥이들이 자주 놀러와요.
그 중에 제가 예뻐라하는 미묘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사람 손을 많이 탄 아이들이라 부쩍 애교도 부리고, 힐링을 선사해줍니다.
고양이는 그냥 보기만 해도 힐링이죠. 참 귀여운 생명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원주택 3년차가 되니, 큰찌는 혼자서 쑥을 캐오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저 9살때랑 완전히 달라요. 혼자 옆 산에 올라가서 쑥을 찾아내고 혼자 바구니 가득 캐 올 수 있다니… 인생 대부분이 도시와 아파트 생활자였던 엄마는 그저 감탄하고 칭찬을 해 줄 뿐입니다. 자연이 이렇게 알아서 아이를 변화시켜요. 할머니하고 한 두번 쑥을 캐 보았을 뿐인데 말이죠.
이렇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냉이도 캐고, 쑥도 캐고.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큰찌가 캐온 쑥을 가지고 쑥 튀김을 하기로 했어요.
큰 웍에 기름을 예열하는 동안, 얼른 튀김가루에 찬 물로 반죽을 해 옵니다. 그리고는 쑥을 살짝 담궜다가 온도가 오른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기만 하면 끝!
참 간단한 요리지만, 맛은 간단하지가 않아요.
보기만 해도 참 먹음직스럽고 예쁘죠?
한 입 베어 물면, ASMR이라도 찍어서 들려드리고 싶을 만큼 바삭한 식감이 입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모든 튀김이 맛있지만 냉이나 쑥과 같은 봄 나물을 튀기면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냥은 먹지 않는 채소를 먹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말 봄을 먹는 느낌 그 자체입니다.
집에서 꼭 한 번 튀겨 드셔 보세요.
오랜만에 튀김을 하기로 했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도 튀겨줘야겠죠?
감자를 썰어서 찬물에 담가 전분을 빼주고, 키친타올로 물기를 없애 비닐봉투에 담아 줍니다. 그리고는 전분가루 1-2큰술 넣고 흔들어 고르게 묻혀줘요. 그리고 튀기면 바삭하고 고소한 감자튀김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봄날의 특식 타임!
온 가족이 갓 튀겨나와 뜨거운 쑥튀김과 감자튀김을 호호, 불어 먹는 봄날을 즐깁니다.
배부르게 먹었으면, 다시 일을 시작 해야죠.
얼른 서둘러 정원경계석 시공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완성!
제 마음에는 흡족하게 완성되었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완전 초보가 한 것 치고는 제법 멋스럽게 완성되었죠?
이제 저 테두리 안쪽에 여러가지 꽃 모종들을 심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리 델피니움, 접시꽃, 바니테일, 스카비오사, 스타티스, 알리섬, 페츄니아, 제라늄, 글라디올러스를 샀어요. 얼른 심고 싶지만, 요즘 아침 기온이 낮아서, 따뜻한 아침이 시작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 일요일 정도가 되어야 아침 기온이 오를 것 같아요. 그러면 또 온 가족이 아침부터 마당 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꽃들이 잘 자라서, 저 커다란 벚나무랑 어우러져 봄 날의 환상적인 풍경들을 보여주길.
열심히 심고 가꾸는 일로 노력하고, 기다려 볼게요.
초보 가드너에게 멋진 봄날을 허락해주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