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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Feb 12. 2022

전원주택, 봄이 오는 주말 일상

봄을 가장 먼저 느끼는 우리집


입춘이 지났다고 하더니, 정말 봄이 오려나 봐요.


오늘 낮에 마당에 나갔더니, 한껏 오른 기온과 한결 따뜻해진 햇살덕분에 두꺼운 옷을 벗게 되더라고요.


우리집은 해가 잘 들어서, 겨울에 마당이 따뜻해요.

무거운 마음으로 전원주택에 입성하려고 집을 보러 다니던 그 시기, 이 집에 와서 마당에 있어보고는 우리 동네보다 따뜻하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 나갈 때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가도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던 어제의 경험과 상반되던 그날의 경험은 참 생경했습니다. 비슷한 지역에서 비슷한 시간이었는데 체감되는 온도가 확 달랐죠. 고층 건물들에 둘러 쌓인 아파트 단지는 확실히 건물 밖에서 걸어다니는 곳이 그늘인 곳이 많았어요. 집 안에서는 해가 잘 드는데도, 건물 밖으로만 나가면 해가 느껴지지 않아 체감하는 온도가 훨씬 더 낮았죠.


그랬는데 이 집은 참 달랐어요. 시골이라 주변에 고층 건물들이 없어 어느곳에나 해가 잘 들거든요. 오히려 집 안에서 햇살을 느끼는 것 보다, 마당에서 햇빛을 쬐면 훨씬 더 따뜻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오늘은 추운 겨울 바람도 잦아들어 정말 따뜻했어요.

이렇게 날씨도 좋겠다, 점심에 고기를 구워 먹을까 했던 참에, 아예 밖에서 먹자고 남편과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통 겨울에도 밖에서 고기나 생선을 굽는 일은 많지만(확실히 마당이 있어서 집 안에 음식 냄새가 덜 해요.) 추위때문에 한동안 마당에서는 식사를 하지 못했거든요. 옆에 쳐 놓은 텐트에 난로를 켜고 먹었던 적은 있었지만요.


자, 그럼 결정을 했으니 바로 준비를 해 볼까요?

얼른 고기랑 채소, 버섯, 고구마를 썰어 놓은 것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남편은 안성주물번철을 커다란 화구 위에 올려서 예열을 하고 있네요.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또 언제 느꼈는 지 아세요?

시리도록 추운 겨울 바람도 잦아들었고, 햇살이 내리쬐어 주는 것 말고도 말이예요.


마당에 앉아있는데, 벌 한마리가 날아들더라고요.

작년 이 맘때 전원주택에서 조용하던 옆 산에 새가 지저귀는 들리기 시작하고, 파리나 벌이 보이기 시작할 때 봄이 오는 것을 느꼈었는데, 또 그 시기가 오나 봅니다.

아파트에서는 나무들에서 꽃망울이 터질 때 쯤, 패딩을 벗어도 되는 시기가 될 때쯤에나 봄을 느꼈는데 말이예요.


확실히
전원에서는
봄을
더 빨리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금씩 산에 초록빛이 돌고, 아침에 현관을 열고 나가면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요.


정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맨 윗집 마당에서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이 여섯마리쯤 있는데, 오늘 몇 마리가 처음으로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봄이 오고 있는 이 계절의 변화도 신기하지만, 이 아이들이 어느새 이만큼 자라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도 참 신기하더라고요.


아기 고양이들 구경 간다고 윗집 마당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아이들이 우리집을 찾아왔다니 말이예요.

큰찌가 얼른 집에 들어가서 고양이 간식을 들고 나왔어요. 그랬더니 큰찌 앞에 앉아서 간식을 핥아 먹는 고양이 한 마리가 두 마리로, 그리고 세 마리로 늘어났습니다. 간식 주는 집으로 여겨질테니, 앞으로도 자주 우리집 마당에서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그랬지만,
고양이들은 늘 환영입니다.


처음 이사와서 고양이도, 강아지도 좋아는했지만 무서워했던 우리 아이들이 어느새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는데 참 뭉클해요. 그만큼 이 곳에서 가치있는 많은 경험을 했고, 그만큼 많이 자랐습니다. 동물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봄을 느끼며 여러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채소도, 고기도  구워졌네요.



이제 맛있게 먹을 차례입니다.

와, 오늘따라 마당에서 먹는 고기맛이 정말 예술.

고기는  옳지만, 오늘은  꿀맛입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으니, 봄에 어울리는 노래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 놓았어요.

봄캐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벚꽃엔딩, 봄 사랑 벚꽃말고, 우연히 봄… 이런 노래들 말이예요.

우리집 마당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노래만 틀어 놓아도 봄을 느낄  있습니다. 봄을 느끼며, 봄캐롤을 들으며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냉이를 캐러 갔어요.


그래요. 작년에도  이맘 ,  햇살이 느껴질 , 냉이를 캐기 시작했었죠.


둘찌는 싫증내고 금방 저한테 달려왔지만, 큰찌는 한시간이 넘도록 냉이를 캤답니다. 이제는 쑥과 냉이를 척척 알아서 찾고   있대요.


그렇게 한 바구니를 캐 왔어요.

냉이의 색이 왜 다르냐고 물었더니, 어떤 것은 햇살을 받고 있었고 어떤것은 눈 아래 있었다고 해요.

누군가는 존재도 모르고 지나칠  작은 냉이 하나가 차갑고 시린  아래에서도 이렇게 생명을 틔우고 있었어요. 봄의 생명을 말이죠. 그러니 당연히 봄나물을 먹으면 건강해질  밖에 지 않겠어요? 힘든 시련을 이겨내며 뿌리를  단단히 길게 뻗고, 움을 틔웠으니.


그래서 오늘 저녁은 건강해지고 싶어서, 봄을 느끼고 싶어서 냉이를 한 가득 넣은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냉이향 가득한 찌개를   먹으니 속이 뜨끈해지면서 봄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다들 눈치채고 계신가요?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예요.

길게만 느껴졌던,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봄의 정원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어요.

지금 부지런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저의 봄의 정원이 허전하겠죠.


여러분은 어떤 봄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어떤 봄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달큰한 냄새가 느껴지는 그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봄을 기다리면서 

우리 조금 힘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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