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서 늦가을을 보내는 몇가지 방법

행복한 겨울을 준비하는 몇가지 방법

by 릴리포레relifore

어느새 넘기지 않은 달력이 1장만 남은, 늦가을의 절정입니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은 봄과 여름보다 칙칙하고 어두운 색으로 바뀌었지만, 밖의 나무들은 여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여러가지 자신만의 색을 뽐내고 있습니다.

저는 여름날의 초록처럼 단풍의 색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쩜 단풍잎들은 저렇게 다양한 빨간색으로 변할 수 있을까요? 검붉은색, 노란빛의 빨간색,정말 새빨간색, 회색빛을 머금은 빨간색 등등... 또, 은행잎의 그 다양한 노란색은 어떻고요.

정말 같은 나무라도 잎사귀 하나하나 마다 다양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 자신의 빛을 발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희 동네 초입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거실 창 밖으로 보면 보이는데, 평소에는 별 다른 느낌이 없다가, 가을에 노랗게 물들면 갑자기 거실 창의 뷰가 확 달라 보이거든요. 창 밖의 풍경이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갑자기 다른 곳으로 여행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입니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의 황홀한 금빛 풍경은 아쉽게도 짧은 찰나에만 허락됩니다. 이제 정말 샛노란색이네,라고 생각이 되는 순간, 어느새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금세 우수수 떨어져 버리거든요. 보통은 며칠은 그 황홀한 풍경을 넋 놓고 바라 볼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 가을엔 어쩌다보니 그 절정의 순간을 놓쳐버렸어요. 며칠만 있으면 완전 샛노랗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정신 차린 어느날 퇴근길에 보니까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더라고요. 그 때의 아쉬움이란. 하지만 그 샛노란 은행잎은 한동안 나무 아래에서 노란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땅의 색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며칠간은 아쉬운대로 금빛 카펫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얼마간 공중의 색을 금빛으로 바꾸던 은행잎이 다행이 며칠간은 땅에서 남은 위용을 보여 주었죠.


이렇게 가을의 절정은 찰나의 순간처럼 짧아서, 그 멋진 풍경의 시기를 하나씩 기억했다가 잘 포착하고 즐겨야만 합니다.


가을,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것들도 봐야 하지만, 할 수 있는 즐거움들을 찾아서 얼른 해야해요.

조금만 더 추워지면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때문에 아직 밖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이 시기, 조금이라도 더 마당을 즐겨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호떡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동네분들 집집마다 두개씩 가져다 드렸어요. 이번 호떡은 정말 성공적이어서 동네분들이 종종 호떡집 또 언제 오픈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뿌듯한 기분!

호떡은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니까, 겨울에도 종종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은행나무의 절정은 보았지만, 한 가지 놓쳐서 너무 아쉬웠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곶감 만들기였어요.

그 시기를 놓치면 아예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작년에는 우리집에서 만든 곶감을 맛보지 못했거든요. 동네분들이 나눠 주신 곶감을 먹으며 내년에는 꼭 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곶감용 감이 나오는 11월을 기다렸다가 남편하고 둘이 땡감 60개를 깎아서 걸어 놓았습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은행나무의 절정은 놓쳤지만 한 가지는 놓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둘 다 놓치지 않길!)

나가면서, 들어오면서 걸려있는 감들을 볼 때마다 색이 변하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저 감들이 맛 좋은 곶감이 되어가면, 어느새 겨울이 곁에 와 있겠죠.


곶감을 소개한 김에 겨울을 즐겁게 기다리는 방법을 한 가지 더 소개해 볼까요?

바로 저번에 소개해드렸던 스토크(비단향꽃무) 키우기 입니다.

두 가지 색으로 씨앗을 사서 발아시켰는데 올해는 모두 다 발아했어요. 지금은 잎이 6장 나온 것도 있는데, 매일 출근할 때마다 마당에 꺼내놓고, 저녁에 다시 들여놓는 일이 고되고 번거롭기는 해도 겨울에 집 안에 가득할 스토크 달큰한 향을 기다리며 열심히 움직이고 있답니다.


이 시기는 또, 불멍의 절정입니다. 사실 더 추워지면 불을 피워도 너무 추워지니까요. 불을 피웠을 때 적당히 뒤는 쌀쌀하면서 앞은 따뜻해지는 이 날씨가 불멍에 제격이예요.

요즘은 그래서 주말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없어도 우리 가족끼리 불멍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제는 제법 스킬이 늘어서 불멍을 하며 생기는 숯을 옆에 모아 마시멜로우를 넘어 군밤, 가래떡도 구워 먹습니다. 가래떡은 생각보다 더 쫀득하고 맛있어서, 캠핑을 다니시는 분들 꼭 한 번 구워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늦가을, 겨울을 기다리면서 하는 일 중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마당 트리 꾸미기입니다.

작년에 꾸몄던 오너먼트들을 꺼냈는데, 부족해서 이번에 몇가지 더 구입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한 시간 정도 열심히 나무들을 꾸며 주었습니다. 사 온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도 금방 동이 나서 우리집 마당 나무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어요.


가을 정원의 꽃들을 정리해서, 썰렁하고 휑해진 정원의 분위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졌습니다.

주말 동네분들이 지나시며 여기는 벌써 트리가 생겼네, 하며 반가워 해주시더라고요. 오너먼트들을 걸어 놓으니 늦가을의 쓸쓸한 정원이 갑자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여러 색의 두근거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당에 트리를 꾸미면서 캐롤을 틀어놓았는데 진짜 어린시절처럼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듯이 저는 겨울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그저 너무 춥지 않은,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커다란 사건들에 마음이 휘청이고 슬펐던 늦가을이었으니까요. 이번 겨울은 너무 춥지 않게, 작고 소소한 행복들이 도처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그런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겨울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에게 소소한 행복들이 가득하고, 그 작은 여유들을 느긋하게 즐기실 수 있는 겨울이 천천히 다가오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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