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합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이 모여 아이를 자라나게 하고, 우리 모두에게 보물같은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첫찌를 키운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 대학원에서 초기 문해력 전공을 하며 아이의 문해력 발달을 위해서도 그림책육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론으로도 깨달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은 책들과 함께 나눈 대화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먼저 연재를 한 것을 모으고 다듬어 브런치에 싣습니다.) 지난 밤 아이와 읽은 책들의 간단한 소개와 오늘 알려드리고 싶은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함께 보실 수 있어요.
1. 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_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간은 무조건 구입하고 있어요. '~일까' 시리즈의 그림책들은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초등 이후의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깊이 있게 읽어나갈 수 있어 큰찌에게 더 알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도를 생각하며 읽어 보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외의 여러 지도가 등장해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것들로도 만든 지도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요시타케 신스케의 상상력과 주제 구성에 또 한 번 무릎을 치게 만들었답니다.
2. 나뭇잎을 찾으면_2022 미국 아마존 최고의 아동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에이미 시쿠로의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늦가을에 보면 너무 좋을 그림책이에요. 다양한 가을 나뭇잎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다 읽고 나가서 마당에 떨어진 낙엽들을 가만히 주워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밤이었답니다. 아이들과 읽고 가을 낙엽을 주워, 다양한 활동을 해 보기에 참 좋은 책이죠. 아이 읽어주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담임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가을을 만끽하며 놀이하기에도 좋은 책이라 선생님들께도 추천드립니다.
3. 세종대왕을 찾아라_ 역사와 아이를 처음 이어주고 싶을 때 첫 그림책으로 참 좋겠다,싶은 그림책입니다. 유아들에게도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은 정말 친근한 역사 인물이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이 책에서는 세종대왕을 찾는 숨은 그림 찾기의 미션을 주어, 아이들이 더욱 더 즐겁게 역사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종대왕이 있는 과거의 장소들을 알아보며 대화를 풀어가도 좋고, 그림도 옛날의 동양화스타일로 아이들이 그림책에서 만나기 힘든 그림체라 다양한 그림을 구경시켜주기에도 알맞습니다. 둘찌가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과 장소들을 낯설어하면서도 참 좋아했어요. 아이들과 역사 그림책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입학 초기, 1학년 교실 속 아이들의 문해력 차이는 ‘5년’까지 벌어진다.
<책 읽는 뇌>에서 매리언 울프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인지과학자나 교육학 박사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중요한 일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아이들이 매일 밤 부모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모든 이유가 일부 학자들이 발생적 문식성(emergent literacy) 또는 초기 문해 능력이라 일컫는 긴 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이상적이다. 문자 언어를 듣는 것과 사랑받는 느낌이 연합됨으로써 기나긴 학습 과정이 진행될 수 있는 최고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자나 교육학 박사라도 그보다 나은 환경은 조성해 줄 수 없다.”
여러분은 아이들이 글을 읽게 되는 것이 자연적으로 습득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절로 때가 되면 읽게 된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예전에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 읽기 교육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 우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생적 문해력(Emergent literacy) 관점이 대두된 요즘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아이에게 아무 자극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때가 되면 글자를 익히는 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땅에 씨앗을 심으면 한동안은 아무 변화를 볼 수 없습니다. 그때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흙 속에서 뿌리가 먼저 자라게 되죠. 그것과 비슷하게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언어적 상호작용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는 않는 '문해력의 뿌리'가 자라고 있다는 것인데요. 여러 연구들을 통해 그런 시기 가정의 문해 환경과 언어적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되었던 거죠.
아이들이 매일 만나는 다양한 환경 문자(과자 봉지에 적혀있는 과자의 이름, 길거리의 간판 등)와 집에 있는 인쇄물(책)들을 만나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문해력은 자라고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발생적 문해력의 개념으로, 초등 1학년 시기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의 격차가 설명이 됩니다. 1학년 교실에 입학할 때, 아이들의 문해력이 최대 5년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Riley, 1996). 그렇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각각의 다른 출발선에서 공식적인 학교 교육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 벌어진 그 격차는 메우기 쉽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할 무렵 읽기 능력이 뒤처진 아이가 1학년이 끝날 무렵까지 뒤처질 확률은 88%이며, 3학년이 끝날 무렵 읽기 능력이 뒤처진 아이가 9학년이 끝날 무렵까지 뒤처질 확률은 74%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Foorman et al., 1998).
그렇다면 초등 입학 전,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을 위해 우리 부모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TV나 SNS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최대한 이른 시기에 한글 학습지를 시작하거나, 시청각적인 자극에 재미까지 더한 태블릿 pc를 손에 쥐어주며 한글 학습을 시키면 될까요?
아이 문해력의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부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예전의 부모와 현대의 부모가 할 일이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학습지를 구독하거나 새로운 기기를 사느라 돈을 많이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것, 길거리의 간판이나 장난감 조립 설명서를 보며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면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매리언 울프가 말한 것 처럼 교육학 박사, 인지과학자들도 할 수 없는 아주 굉장한 것(문해력의 뿌리)을 아이에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아이와 자기 전에 그림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주세요. 아이는 부모님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보게 될 거에요. 그러면서 자연히 머릿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연관짓기도 하고, 이야기를 예측해 보기도 할 겁니다. 새로운 어휘를 자연스럽게 익히기도 하죠. 그리고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이 때에 문제를 내고 아이가 맞히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이어지면 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걱정되시나요? 하지만 문해력의 뿌리를 키우는 것은 이것으로도 충분해요. 아이가 엄마 혹은 아빠(유의미한 어른)와 언어적 상호작용을 하며 책을 읽는 그 시간을 즐거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문해력 교육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부터 그림책을 읽는 작은 변화를 한 번 시작해 보세요.
앞으로도 아이와 어떤 책을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은 지, 그림책 육아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지, 이 연재를 통해 천천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