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_ 확실히 결이 비슷한 그림책이라 그런지, 둘찌가 한 권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 권도 꼭 들고 오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요는 엄마에게 늘 나쁜 습관을 지적받는 아이의 귀여운 변명이 담겨있고, 불만이 있어요는 아이의 불만에 대한 아빠의 귀여운 변명이 들어있죠. 제가 아빠의 귀여운 변명을 읽을 때면 둘찌는 늘 “이거 진짜 아니잖아? 거짓말이잖아?”하는데요. 그럴때면 “상상이야, 귀여운 상상!!”하며 저도 모르게 '아빠'의 편을 들게 됩니다. 어쩜 이 책 두 권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불만과 습관들은 우리나라랑 비슷할까요? 읽을 때마다 스토리가 재미있고, 상상력이 신박하다고 느끼는 그림책이랍니다.
*아이들의 어휘력 키우는 방법!
짐 트렐리즈는 그의 유명한 저서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 사회학자인 조지 파카스와 커트 베론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아이들이 더 낮은 어휘력을(12-14개월 뒤처지는) 지닌 채 초등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훨씬 크고, 나이가 들면서도 이 격차를 거의 메우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며, 이 어휘력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여전히 유지되거나 더 커져, 출발점에서 뒤처진 아이가 계속 실패를 맛보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계속 목격하게 됩니다. 교사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 번 벌어진 이 어휘력의 차이를 메우기가 쉽지 않아, 학년을 올려 보낼때면 안타까워하고 자책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되죠. 저 역시도 안타까운 경험을 많이 했었고요.
그렇다면 이 메우기 힘든 어휘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트렐리즈는 다시 말합니다.
"대부분의 대화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5천 단어로 이루어지며, 이를 ‘기본 어휘’라고 한다(실제로 아이와 나누는 대화의 83%는 1천 단어 내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아이의 나이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이따금 사용하는 또 다른 5천 단어가 있는데, 이 둘을 합친 1만 단어를 ‘공통 어휘’라고 한다. 이 1만 개 단어를 넘어서는 ‘희귀 단어’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성장 과정의 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휘력의 궁극적인 힘은 1만 개의 공통 단어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희귀 단어를 이해하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희귀 단어가 어휘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거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희귀 단어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희귀 단어의 수는 인쇄물이 월등하다. 이는 집에서 오랜 시간 TV를 보고, 대화 시간이 부족하며, 인쇄물을 접할 기회가 적은 가정의 아이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런 아이들은 학습에 필요한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어휘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결국은 인쇄물, 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어젯밤 둘찌와 읽은 책에서도 일상에서 구어로 자주 쓰지 않는 어휘들이 많이 들어있었거든요. 거의 구어로 되어 있는 그림책이지만, ‘가엽다, 무심코, 얄밉다, 야단치다, 두들겨 깨우다‘ 등의 문어적 표현들이 많이 들어었습니다.
아이의 어휘력의 차이는 결국 인쇄물 즉,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의 차이에서 시작되고 귀결되는 것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쌓여가는 어휘력은 어휘가 부족한 아이들이 나중에 어휘력 문제집이나 학원으로 단기간에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이의 어휘력을 키워주는 방법 중 최고는 지금부터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읽다가 만나게 되는 어려운 어휘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설명해주는 것, 그렇게 그림책을 통한 유의미한 언어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제일이죠.
오늘밤도 자기 전에 사랑하는 아이와 그림책 한 권 펴서 재미있고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