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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Feb 13. 2024

'해독'과 '독해'의 차이를 아시나요?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태양왕 수바_ 이토록 재미있고, 기발한 ‘수박의 전설’이라니! 


 기본적인 스토리도 우리나라 전래동화같은 느낌이라 재미있지만, 팥 할머니와 수바의 말장난같은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태양 왕 수바라고 자신을 소개하니, "왕수박"이라고 생각하는 할머니. "왕수박 아니고 수바요.", 하니 "왕 수박 아니고 그냥 수박!",이라고 계속 대꾸가 이어지는 부분이 참 재미있죠. 


 제사를 지내던 팥 할머니와 수바의 놓칠수 없는 웃긴 상황들도 이 그림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 둘찌랑 이 책을 읽는데, 둘찌가 “수박 먹고 싶다.”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저도 “엄마도, 수박 먹고 싶다.”하고 대화를 이어갔던 ‘수박킬러’ 두 명의 잠자리 그림책 시간이었습니다.




*'해독'과 '독해'의 차이를 아시나요?


 어느 순간, 아이가 유창하게 글을 읽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그것을 칭찬해주며, 아이의 '읽기'에 대해 안심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문해력을 제대로 공부하기 전에는 교실에서 글을 잘 읽는 아이들을 보며 칭찬을 해주곤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읽은 내용을 물어보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럴때면 '분명 소리내어 잘 읽었는데, 왜 의미를 모를까?'하고 아이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궁금해 하곤 했습니다.


 석사 과정을 통해 초기 문해력에 대해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해독'과 '독해'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독'과 '독해'의 의미와 그 차이는 뭘까요?


 <책 읽는 뇌>에서 매리언 울프는 다음과 같이 해독과 독해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네스북』같은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큰 노력 없이도 매끄럽게 해독을 하기 때문에 이미징 테크놀로지가 없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이 때 교사와 부모는 아이가 유창하게 책 읽는 소리에 현혹되어 읽은 말을 전부 이해한다고 여긴다. 이렇게 문자화된 단어가 침묵하는 측면, 다시 말해서 ‘되받아 말할 수 없는’측면에 소크라테스가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해독은 곧 독해가 아니다. 독서하는 아이가 읽은 내용을 이해한다 해도 이 단계의 목표는 그보다 한 수준 높다. 즉 반어법, 발음, 은유, 시점 등 단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다양한 용법을 적용해 가시적인 텍스트 아래 숨어 있는 것에 도달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독서의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좋은 독서가는 비유법, 반어법 등의 지식을 통해 텍스트 안에 숨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단어 자체의 의미를 능가하는 내용을 이해하면서 발전을 거듭한다.”


 그러니까 결국 아이가 그림책의 글을 소리내어 유창하게 읽더라도, 글과 그림의 각각의 의미, 둘의 합주로 인한 새로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 아이의 발달이 독해로 가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면 이런 경우는 대부분, 부모님과 그림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며 그림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기보다, 낱말 중심의 학습지를 통해 해독을 기계적으로 익히거나 그림책을 읽더라도 글에만 집중을 했을 때 생겨난답니다.


 그러니 아이가 글자를 빨리 아는 것, 소리내어 빨리 읽는 것에만 집중하지 마세요. 어린 나이에 글자를 빨리 익힌다고 좋은 것은 그다지 없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시면서 아이랑 대화를 나누어 보시고, 그림에 시선이 오래 멈추는 아이를 기다려 주세요.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천천히 그림책을 읽어 나가며, 글로 써진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의미를 이해해 나간다면, 아이는 해독에서 독해로 나아가는 어려운 여정을 '알아서'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 아이를 믿고, 오늘 밤에도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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