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벽 타는 아이_ 이 그림책을 둘찌와 읽으며, <돌 씹어 먹는 아이> 생각이 났어요. 비슷한 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그림책 속 주인공은 벽을 탑니다. 아이는 보통마을에 살고 있는데, 이상한 아이들은 ‘모자성’에 갇혀 있어요. 부모는 모자성에 갇히기 전에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 여러 전문가들을 부릅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죠. 아이는 스스로 모자성으로 가고, 모자성에 갇힌 아이들과 함께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모자성 밑 어른들은 ‘평범한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 현수막도 들고 있네요. 과연 모자성의 아이들은 행복해졌을까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어른들이 내 모습은 아닐까 반성이 되기도 했고, 자신을 긍정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던 어젯밤이었습니다.
2. 다른 길로 가_ 이 아이도 <벽 타는 아이>의 주인공처럼 결심을 합니다. 다른 길로 가기로요.
처음에 한 일은 걱정들을 내려둔 채 떠나는 것, 그리고는 의심들을 버립니다. 두려움도 내려 놓고, 좌절감들을 버리죠. 아이는 도전을 하고, 해냅니다.
반대쪽으로 걷다가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요. 좌절감들, 두려움들, 의심들, 걱정들이 모두 작아지고, 조용해지고, 거의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그 녀석들을 모두 챙겨서 데려갑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이 깨달은 것을 전하죠. “다른 길로 가면 돼” 하고 말이예요.
*아이에게 세계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법
어젯밤 둘찌와 읽은 두 권의 책은 아이에게 ‘나’를 깨닫게 하고, 다른사람들의 반대나 자기 마음 속 두려움, 의심들을 내려놓는 방법을 따뜻하게 알려줍니다. 결국 어떻게 해야 나 스스로가 행복하게 되는 지를 알려주는 책이었어요.
<다른 길로 가>의 작가 마크 콜라지오반니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덧붙여 아이들의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삶이 그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나요? 걱정하지 말고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함께 책을 읽었던 둘찌도 그랬겠지만, 아이들은 이런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을 긍정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많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그림책의 주인공을 통해, 그리고 그 안에 등장하는 좋은 어른들을 통해, 나를 깨닫고 세계에 대한 ‘신뢰’를 배워 가게 되는 것이죠.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인터뷰 속 이수지 작가도 세계에 대한 신뢰와 <파도야 놀자>, <이렇게 멋진 날>, <물이 되는 꿈>, <동물원>, <아빠 나한테 물어봐> 에 등장하는 어른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놀이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해요. 일단 놀이의 규칙이 계속 지켜지리라는 믿음 없이 어떤 놀이도 성립할 수가 없죠.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환경과 안전에 대한 믿음이 없을 때도 놀이를 할 수 없고요. 놀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곁에 있는지 계속 확인해요. 안심하려는 거예요.
예전에 읽은 잡지 기사가 있어요.
육아 고민을 상담해주는 코너였는데, ‘아이들과 놀 때 도대체 얼마나 쿵짝을 맞춰줘야 하나’라는 고민에 상담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부모는 아이 옆에 그냥 누워만 있어도 됩니다.” 그때 제가 한창 육아로 힘들 때라서 ‘누워 있어도 된다’에 방점을 찍었지요.(웃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커다란 산처럼 아이 뒤를 둘러싼 부모의 신체가 정서 안정에 꽤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아이가 마음껏 환상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을 설정해주는 신체인 것이죠.
제 책에 등장하는 어른의 역할은 거기에 있어주는 거예요. 아이 입장에서 든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존재로서 그냥 있는 거지요. 그렇게 아이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선을 지키면서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각자의 숙제를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걸 하지 말아야 좋은 어른이 될텐데…’라고 평소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에요.”
<다른 길로 가>와 <벽 타는 아이>속 주인공은 멋지게도,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찾아 갔습니다. 아이가 잘 크기 위해서는 이렇게 자신을 알고, 어렵지만 세계 속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인 우리가 할 일은 위에서 전해드린 이수지 작가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뢰를 주는 부모, 늘 그 자리에 있는 커다란 나무같은 부모 말이지요. 물론, 그전에 <벽 타는 아이> 속 부모처럼 아이의 현재를 불안해하고, 숨기고, 남의 이목에 맞게 고치려는 부모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을 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