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괴물들이 사는 나라_ 모리스 샌닥의 유명한 그림책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 이 책의 주인공 맥스는 장난을 치다가 엄마한테 혼이 나죠. 저녁밥도 주지 않은 채 엄마는 맥스를 방에 가둬 버립니다. 그리고 맥스의 방에서는 나무와 풀이 자라며 세상 전체가 되어 갑니다. 맥스는 맥스 호를 타고 일 년쯤 항해를 한 끝에 괴물 나라에 도착하고, 괴물들의 왕이 됩니다. 괴물들과 신나게 괴물 소동을 벌이던 중에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진 맥스는 머나먼 세계 저편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괴물 나라 왕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그렇게 맥스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 옵니다. 그리고 그 방에는 따뜻한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2. 잘 자요, 달님_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포근하고 따뜻한 이 그림책은 정말 베드타임 스토리로 최고입니다. 조용한 밤, 커다란 초록 방안에는 누워 있는 아기 토끼와 흔들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 토끼가 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 장갑에게로, 나중에는 먼지와 소리까지도요. 그렇게 포근하고 고요하게 잠에 빠져들게 되는 마법같은 그림책이에요.
* 그림책에도 고전이 있다!
"고전은 좁은 의미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문학을 가리키지만, 요즘 열풍적인 인기의 ‘고전 읽기’에서 해석하는 넓은 의미의 고전은 아마 오랜 세월을 초월해서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걸작이 될 것입니다(김은하, 2014)."
김은하 작가가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에서 밝힌 대로, 무엇이 고전이 되는지는 언제나 지은이의 시대가 아니라 읽는 이의 시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대의 생활상을 가장 첨예하게 다뤄 과거에 위험물로 여겨진 책이나 주목받지 못했던 책이더라도, 현재에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지금의 시대가 부딪힌 문제에 대한 출구를 찾고자 시도할 수 있고, 그 시도가 다음 시대의 사고방식을 여는 발판이 될 때 그 책은 충분히 고전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김은하, 2014).
이런 고전은 그림책의 세계에도 존재합니다. 어찌보면 이해가 잘 안되는 옛날 그림책이라고 치부되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그림체와 문어체가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하실 수도 있는 그림책들인데요. 저 역시 그런 느낌에 고전 그림책들을 잠깐 멀리하며 신간 베스트 셀러 그림책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해력과 그림책을 공부하는 요즘, 다시금 고전 그림책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대로 사랑에 빠지고 있습니다.
최근 책육아, 그림책육아가 트렌드가 되며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호황기가 찾아왔습니다. 어마무시하게 새로운 그림책이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잘 팔리는 그림책의 그림들은 삽화의 기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글과 그림이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글이 이야기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림이 담고있는, 그야말로 그림이 커다란 역할을 가지고 있는 그림책이 많이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나 살아온 서사를 담은 그림이기보단, 형형색색으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만 그림책에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 함축적으로 그림에 이야기를 담아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며 숨은 뜻을 찾아야 하는 옛 그림책에 비해, 요즘 그림책들은 말풍선까지 등장시켜 숨어 있어야 할 이야기까지 모두 쉽게 전해 주는 경우가 많죠. 이해가 쉽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편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 부분때문에 독자가 그림책의 숨어있는 속뜻을 스스로 발견하는 재미는 반감이 됩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님들께 고전의 그림책들도 함께 읽어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작가들만의 색채가 담뿍 담겨있고, 그림만 보아도 한 장, 한 장이 걸작인 그림책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림을 읽다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옛 이야기의 모티브, 작가의 히스토리나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숨은 그림찾기'나 '월리를 찾아라' 못지 않게 쏠쏠하답니다.
앞으로 이런 고전 그림책들도 '잠자리 그림책'에서 많이 소개해 드릴게요. 저 역시 공부를 하며 읽어야 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 될테지만, 그림책 교육이나 그림책 육아에서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