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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Apr 01. 2022

마스크 쓴 수업 풍경

언제쯤 우리는 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4월 1일 오늘은 만우절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1교시부터 수업시간에 만우절 장난을 치려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준비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 발걸음은 1교시 시작 종이 치자마자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내가 들어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반장 녀석은 갑자기 아이들을 앉히고 "차렷! 인사!" 라는 평소 한번도 안하던 인사를 하였고 뭔가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일부 아이들이 "안녕히 계세요." 라는 쥐 죽은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아마도 반 아이들은 나에게 단체로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교실을 모두 퇴장하려고 작전을 짰었나 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작전 전달이 제대로 안된건지 호흡이 영 안 맞았는건지 안녕히 계세요 하는 어색한 인사만 있었을 뿐, 그 이후 아이들은 뭘해야 하나 모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눈치 챈 나는  "작전 짜려면 제대로 좀 짜. 아침부터 이게 뭐니. 분위기가 뭔가 앙꼬 다 빠진 찐빵같네. 선생님 속은걸로 해줄게" 라고 크게 웃었다.


수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참 많이 생긴다. 그래서 학교는 늘 비슷한 일상이면서도, 때론 새롭고 신선하다. 그런데 오늘 나에게 이 반 수업은 만우절의 장난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이 반의 모든 학생이 등교한 첫날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이 아이들은 3월 2일 고등학교에 첫 입학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완전체로 뭉치지 못했다. 누가 격리 해제되면 또 누군가 확진되서 일주일간 등교를 못했고, 다음날 갑자기 아이들이 몇 명 사라지는 일도 흔했다. 너무 많이 빠지다 보니 "걔네들 어디갔냐?" 하는 안부조차 묻는 것도 지겨워질 정도였다.  


 현재도 학교는 여전히 코로나 전쟁터이다. 교실 수업을 가보면 25명 정원 중 6-7명은 빠져있는 상황이 흔하며, 이 아이들을 위해 교사는 노트북을 켜고 수업 라이브 생방송도 준비해야 한다. 교실 내 아이들 분위기를 살피는 것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접속한 아이들 반응도 살펴야 한다. 이중고가 따로 없다. 또한 선생님들도 매주 2명 이상씩은 코로나로 이탈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때문에 수업 보강과 수업교환 때문에 모두가 힘든 한달을 보냈다. 3월 한달 동안은 도대체 이런 상태에서 굳이 전면등교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여하튼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 코로나가 안걸리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보다 마스크를 철저히 써야 했다. 나 역시 작년에는 일반 마스크를 쓸 때도 있었지만 올해는 불편하더라도 꼭 KF 94 마스크를 쓰고 수업한다. 다만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보니 내 얼굴도 절반쯤 가려져 있고, 확실히 목소리나 수업전달력도 반감되는 등 불편한 점들이 많다.


 특히 가장 답답한 부분은 모두가 마스크로 인해 입을 가리고 있으니 서로의 표정이 어떤지 명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 가끔씩 아이들 기분전환을 위해 썰렁한 농담을 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나 : "자 ! 우리는 고구려가 안시성 싸움에서 당나라에 이김으로써, 당나라의 침략을 격퇴한 것을 배웠어요.여러분 근데 오늘 씻고 온 것 맞죠? 부모님한테 안시서 안시서(안시성)하며 학교 온 것 아니죠?"

아이들 : ???


다음 시간에도


나 : "자 ! 우리는 오늘 신라의 독서삼품과에 대해서 배울 거에요. 독서삼품과는 신라의 시험제도로 학생들  성적을 상품, 중품, 하~~품으로 구분 했다고 해요. 여러분 지금 하~품하는 사람 없죠?"

아이들 : ............??      


그렇다. 조금 아니 매우 썰렁한 농담이라도, 내가 입꼬리 올리며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아 선생님이 개그포인트 주는구나' 이해할텐데 이건 마스크 쓰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이 선생님이 지금 진지하게 수업 이야기하는건가 개그하는건가' 분간이 안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배움의 효과는 사실 청각적인 면보다 시각적인 면이 더 크다. 특히 교사의 정확한 언어전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입 모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데, 마스크 쓴 수업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참으로 아쉽다. 이에 나는 수업시간 손짓발짓 오버를 해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 중이다.


마스크 쓴 수업에서는 아이들 얼굴도 정확히 인지하기가 힘들다. 특히 헤어스타일이나 눈매가 비슷한 아이들은 '얘가 내가 던 그 얘인가?' 해서 헷갈렸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아이들 얼굴을 보고, 아이들 이름을 정확히 알기까지에도 시간이 이전보다 1.5배가 걸렸다.


한편으로 아이들 마스크 얼굴과 아이들 실제 얼굴이 매칭이 안되서 아이들이 실제 마스크를 벗었을 때 깜짝깜짝 놀란 기억도 있다. 이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같이 공감하는 주제이기도 하다.특히 어떤 아이들은 눈매와 얼굴형은 이러이러하게 생겨서 전체 얼굴도 이렇겠구나 짐작하고 있었는데 실제 얼굴에서는 입술과 턱선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라서 다들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실제 학교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아이들과 관계맺기에도 그만큼 벽이 생긴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참고로 사람은 상대방의 온전한 얼굴을 보고, 같이 눈과 입을 마주치며 함께 무언가를 먹어야 그만큼 친해지는 법인데,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는 아이들과 같이 이런 일을 추진하기가 영 쉽지가 않다. 모두가 조심하고 있지만 그만큼 관계맺기도 힘들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쯤 이 상황이 변화될 수가 있을까? 교실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오기는 오는 것일까?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지도 햇수로 3년째가 다 되어간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불편함을 넘어서 어느새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어서 문제다. 이러다 지금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 모습만 기억하다가 졸업시킬까 걱정이다. 나중에 졸업 후 몇년 뒤 아이들이 학교를 다시 찾아왔을 때, 아이들의 마스크를 벗은 모습에 놀라서 반가움보다 충격과 어색함만 가득할까 우려도 된다.


코로나 상황은 분명 우리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수년간 학교도 뒤흔들어 놓았고, 아이들에게 마스크라는 무거운 짐도 짊어지게 하였다. 이미 코로나 탓에 온라인 수업에 길들여져 발표보다는 그저 듣는 것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마스크라는 벽은 추가적으로 아이들의 입을 더욱 봉쇄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확실히 예년에 비해 수업시간 대답하거나 말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점을 볼 수 있다.    


작년 2학기 교육부에서는 "전면등교"의 결정을 내렸다. 일주일 단위로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을 준비하던 나는 그때 매주 아이들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어색함에 한동안 수업을 할 때 진땀을 흘린 바 있었다. 아마 정부에서 '코로나 사태 종식' 을 선언하고 모든 학교에 수업시간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시가 내려지면 그때도 한동안 나는 부담감과 어색함을 가질 것이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내가 과연 아이들의 온전한 얼굴을 마주하고도 편안하게 수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해도 나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아이들과 지금하고 있는 눈빛교환을 넘어서 이제 상대방 입까지 마주보며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고, 같이 부담없이 간식을 먹으면서 친밀감도 쌓고 싶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마스크 쓴 풍경이 현재가 아닌 그저 과거의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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