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방 속 비우기’라는 새로운 습관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2주 전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언젠가는 꼭 쓸 것만 같아서,’ 혹은 ‘그 시절 추억을 담고 있어서’ 등 여러 이유를 대며 내 손에 들어온 물건들은 오래도록 간직하는 편이었다. ‘청소의 기본은 버리기부터’라 주장하는 남편의 오랜 외침도 나에겐 언제나 소귀에 경 읽기. 은근히 고집스러운 나를 한 순간 움직이게 한 것이 불과 삽시간에 읽은 이 한 권의 책이었다니 스스로 약간 놀라운 대목이다. 이 부분에서 남편은 은근 섭섭한 눈치다. 본인의 말은 오랜 기간 씨알도 안 먹혔으니 그럴 만도 (남편 미안!).
그렇다고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청소’에 대한 궁금증이나 나름의 청소에 관한 고민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작가 제시카 로즈 위리엄즈가 그녀의 글에서 ‘마음을 비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청소를 언급했고,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법칙 및 그녀의 책을 소개한 것이다.
그 즉시 곤도 마리에의 책을 찾아 완독 했고 나 역시 제시카처럼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부터 바로 기세를 몰아 매일 한 장소를 정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나를 더 이상 설레게 하지 않는 옷들부터 과감히 분리, 정리하기 시작해다. 8개가 넘는 거대한 꾸러미 봉지들을 도네이션 하거나 버릴 때마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기하게도 내 머릿속과 가슴을 답답하게 메꾸고 있던 불필요한 생각과 잡념들이 함께 사라졌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처분될 때마다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그야말로 ‘청소 힐링’이었다.
‘가방 속 비우기’ 또한 그녀의 책 속에서 배운 매일의 습관 중 하나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 물건들일지언정 집안 어딘가에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놓고 밖에서 돌아오는 즉시 가방 속 물건들을 꺼내 각자의 자리에 넣어주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차피 가지고 다닐 물건들을 굳이 매일 꺼내야 하나’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한 번만 해보면 느낄 수 있다. 각 물건들에게 꺼내고 넣을 때마다 애정 어린 손길을 주며, 그 물건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더불어 상황에 따라 챙기게 되는 제품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또한 알레 되었다. 가방도 매번 정리하게 되면서 기분에 따라 오래전 사두었던 가방을 새롭게 꺼내 들게 되는 경우도 생겼으니 매일 같은 옷, 제품만을 챙겼던 ‘엄마의 삶’에 뭔가 신선한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지갑, 핸드폰, 립글로스, 선블락 등 항상 챙기게 되는 필수품 이외에 요즘 꼭 가방 속에 넣는 것이 있다. 바로 노란색 색상지와 함께 코팅된 ‘네 잎클로버’ 다. 그 앞 뒤에는 보고 싶은 엄마의 글귀가 적혀있다.
‘사랑하는 우리 큰딸에게 항상 행운이 있기를.’
토끼풀만 있는 곳이면 신기하게도 네 잎클로버 손쉽게 찾아내는 엄마가 오래전 찾은 네 잎클로버로 만들어주신 책갈피로 미국 오기 전 편지와 함께 넣어주시던 것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방에서 꺼내 들 때마다 한국에 계시는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 딸 오늘도 파이팅.’
‘우리 딸 오늘도 수고했어.’
기분 탓일까. 네 잎클로버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매일의 작은 순간에도 엄마가 주는 작은 행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의 네 잎클로버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어요.’
내일은 엄마의 사랑이 어떤 행운으로 발휘될지.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 서랍장 제 자리에 곱게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