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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대 Apr 21. 2024

개벽하다

열리다 또는 뒤집히다


1. 세상이 처음으로 생겨 열리다.
2. 세상이 어지럽게 뒤집히다.
3. (비유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다.



옛 창대(예전에 나)의 마흔은 두 번째 의미로 '개벽"했다. 내 인생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이혼'을 했을 때 세상은 뒤집혔다. 정직하게 살고 싶었다. 내 가족들에게 부족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다.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자라는 나의 소철학은 무너지고 깨졌으며 뒤집혔다. 삶에 대해서 아는 줄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게 됐다. 낮 시간은 빵을 만들고 일을 해야 했기에 괜찮았다.



혼자가 되는 밤에는 혼란스러웠다. 아내와 아이랑 같이 살던 삶이었다. 다시 혼자가 된 삶에는 밤을 혼자 버텨낼 명분도 힘도 없었다. 다행히도 나를 힘들게 만들던 새벽 빵집에서의 '노동'이 나를 지켜주었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빵은 만들어져야 했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죽어야 할지 모르는 중간 지대 어딘가에서 살 수가 있었다.



1년 동안 빵집에서의 일과가 나를 지켜주었고 그 터널을 지나 나는 새로운 '개벽'을 맞이한다. 홀로 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다시 혼자가 될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옛 창대(예전의 나)는 마흔이 되어 '돌싱'의 삶이 열렸다. 낯설고 기분 좋은 나날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앞으로의 삶을 찾아야 했다. 옛 창대는 빵집에서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빵집을 차릴 거라는 어렴풋한 나의 생각들이 이제는 나의 삶에 실패를 덮어줄 매개체로 빵집 창업을 꿈꾸게 된다.



어떤 빵을 잘 만드는지, 어떠한 빵집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강의들을 찾아서 듣고 많은 시도를 해본다. 사업을 위해서 온라인 빵집을 기획하고 공유 주방을 이용하여 내 첫 사업을 시도해 본다. 제빵 기술자들만 가득했던 삶의 자리에서 제빵 사업을 하는 대표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술자가 아닌 대표가 되어본다. 좋은 사장이 되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글을 쓰라는 이야기를 여러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듣게 된다. 삶을 살며 글을 써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귀에 들리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거론되니 나중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수단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책도 잘 보지 않던 내가 책을 보며 글을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혼자 할 자신이 없기에 글을 쓰는 온라인 모임을 찾아서 같이 글을 써본다. 그리고 빵집 일을 낮에 하던 근무를 밤에 일을 하는 빵 공장으로 이직하여 낮에는 온라인 빵집을 운영하며 밤에는 빵 공장에 근무를 한다. 첫째 의미의 '개벽' 이였다.



나는 내 인생 처음으로 글을 쓰고 나의 빵집을 운영해 봤다. 그 일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책 공동 저자로 이어져서 출판을 하게 된다. 나의 온라인 빵집은 1년 간 운영을 하다가 나의 빵집 건물을 매입할 사업과 자산 가치의 상승을 위한 부동산 공부로 이어진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세상. '개벽'은 내 안에서 또 빵집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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